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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손글씨와 종이책의 미래를 걱정하던 우려와 달리 아날로그 감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전시는 연필, 만년필 같은 전통적 도구부터 AI까지 쓰기 도구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다룬다. 문자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이성적 사유와 깊은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임을 재발견하는 자리다.
전시는 쓰기의 의미, 도구, 행위, 글자, 미래의 쓰기 방식으로 구성됐다. 시각,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139점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 도입부의 '기대고, 붙잡히고, 매달리고, 휘둘리고'는 김초엽, 김영글, 김성우, 전병근 네 작가가 쓰기와 도구를 주제로 새로 쓴 단편을 소개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비물질화되는 텍스트에 저항하듯, 글자를 담는 그릇인 책의 속성을 물리적 설치물로 구현했다.
한동균의 '마음 쓰이는 쓰는 마음'은 창작, 필사, 일기 등 쓰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마음 스튜디오의 '함께 쓰는 즐거움'은 글쓰기 도구를 인간을 연결하는 정서적 매개로 해석하며, 쓰기가 관계 맺음의 행위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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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어떻게 변할까. 박제성의 '자간', 박윤형의 '데이터의 유물: 임의의 반경의 원', 조영각의 '기획향'은 AI를 창작의 협력자나 도구로 활용하며 새로운 창작 환경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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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작된 한글실험프로젝트는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고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 가치를 조명해왔다. 문자의 본질 탐구에서 시작해 글쓰기의 의미, 행위, 도구로 주제를 확장했으며, 시각 분야 외에 패션, 음악, 문학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혔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손으로 직접 감각하는 것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날, 이번 전시를 통해 글자와 도구가 만들어내는 질감을 감각하며 글자 속에 잠시 머물러보는 사색의 기회를 가져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2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이후 지역 순회전시를 통해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