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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에서 AI까지, 쓰기 도구의 진화를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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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02. 15:56

국립한글박물관,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선보여
사각의탈출_김초엽
김초엽의 '사각의 탈출'. /국립한글박물관
연필에서 인공지능(AI)까지, 쓰기 방식의 진화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선보이고 있는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전은 23팀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해 쓰기 도구와 글자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다.

디지털 전환 시대, 손글씨와 종이책의 미래를 걱정하던 우려와 달리 아날로그 감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전시는 연필, 만년필 같은 전통적 도구부터 AI까지 쓰기 도구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다룬다. 문자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이성적 사유와 깊은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임을 재발견하는 자리다.

전시는 쓰기의 의미, 도구, 행위, 글자, 미래의 쓰기 방식으로 구성됐다. 시각,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139점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 도입부의 '기대고, 붙잡히고, 매달리고, 휘둘리고'는 김초엽, 김영글, 김성우, 전병근 네 작가가 쓰기와 도구를 주제로 새로 쓴 단편을 소개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비물질화되는 텍스트에 저항하듯, 글자를 담는 그릇인 책의 속성을 물리적 설치물로 구현했다.

한동균의 '마음 쓰이는 쓰는 마음'은 창작, 필사, 일기 등 쓰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마음 스튜디오의 '함께 쓰는 즐거움'은 글쓰기 도구를 인간을 연결하는 정서적 매개로 해석하며, 쓰기가 관계 맺음의 행위임을 전한다.

쓰고그리고사유하기_BKID
BKID의 '쓰고, 그리고, 사유하기'. /국립한글박물관
BKID의 '쓰고, 그리고, 사유하기'는 연필을 생각과 몸을 연결하는 물리적 매개로 보고 17개의 새로운 도구를 제안한다. 도구의 형태 차이가 쓰는 행위에 긴장감을 더하거나 부드러움을 환기하며,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쓰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어떻게 변할까. 박제성의 '자간', 박윤형의 '데이터의 유물: 임의의 반경의 원', 조영각의 '기획향'은 AI를 창작의 협력자나 도구로 활용하며 새로운 창작 환경을 모색한다.

기획향_조영각
조영각의 '기획향'.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향'에서는 로봇이 붓으로 키보드를 눌러 AI에게 명령을 내리고, AI는 문자도를 닮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한글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통해 미래 창작 환경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16년 시작된 한글실험프로젝트는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고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 가치를 조명해왔다. 문자의 본질 탐구에서 시작해 글쓰기의 의미, 행위, 도구로 주제를 확장했으며, 시각 분야 외에 패션, 음악, 문학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혔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손으로 직접 감각하는 것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날, 이번 전시를 통해 글자와 도구가 만들어내는 질감을 감각하며 글자 속에 잠시 머물러보는 사색의 기회를 가져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2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이후 지역 순회전시를 통해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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