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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구슬 꿰어낸 시간…유물 복원 전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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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03. 15:34

국립고궁박물관, 숨겨진 보존 작업 전면 공개 '리:본'展 선보여
보존 처리 중인 옥주렴, 태조 어진 복원 과정 등 전시
그림1. 전시실 전경(LAB 1. 보존처리, 시간을 연장하다_보존철학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전경. /국가유산청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긴 나뭇조각 아래로 푸른빛과 투명한 유리구슬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78개 끈에 달린 구슬만 대략 2만1000개. 대한제국 시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옥주렴'이다. 하지만 곳곳이 비어있다. '성수'(聖壽)라는 글자 문양은 41%만, '만세'(萬歲) 문양은 64%만 남았다. 끈이 끊어지고 구슬이 떨어져 나간 채 창덕궁 수장고에서 잠들어 있던 유물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은 이처럼 상처 입은 왕실 유물들이 어떻게 되살아나는지 그 과정을 공개한다. 보존과학실이라는 '숨겨진 공간'을 전시실로 끌어낸 것이 특징이다.

"평소 박물관에서 보이지 않는 보존과학실을 전시실로 확장해 유산이 어떻게 다시 태어나고, 시간을 잇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현주 학예연구관의 설명이다. 보통 관람객들이 보는 건 유리 진열장 안 완성된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그 '뒷이야기'를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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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장은 연구실처럼 꾸며졌다. 보존 처리가 진행 중인 옥렴과 옥주렴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보존 처리 중인 유물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유물 옆에는 질문이 붙어있다. '기존 끈을 재활용할까, 아예 교체할까?' 보존과학자들이 작업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관람객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한 장치다. 쌍희(囍)자 문양이 새겨진 옥렴은 옥주렴보다 상태가 나은 편이지만, 역시 끈 곳곳이 끊어져 전문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옥렴 보존처리 사례를 비롯해 색회꽃무늬항아리 등 지난 20년간 처리한 유물들을 소개한다. 2부는 과학 분석으로 제작 기법을 밝혀낸 사례들이다. 작년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X선 투과조사로 제작 기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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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보도 주목할 만하다. 금·은·옥으로 만든 30여점의 어보가 전시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보물인 어보는 약 3년간 조사·분석 작업을 거쳤다. 박물관은 현미경과 방사선 조사 등을 통해 재질과 성분을 분석했다. 가죽 가방인 호갑은 이탈리아까지 가서 처리 및 분석 방법을 배워 복원했다는 뒷얘기도 흥미롭다.

3부 하이라이트는 태조 이성계 어진 복원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태조 초상은 26점이 제작됐다고 전하지만, 전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주 경기전 소장본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만 남았다. 화재로 절반이 소실된 태조 어진을 1910년대 유리건판 사진과 전주 경기전 소장본을 토대로 디지털 복원했다. 붉은 곤룡포를 입고 어좌에 앉은 태조의 얼굴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림5. 전시실 전경(LAB 3. 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_디지털 복원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전경. /국가유산청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유물 뒤에서 이를 살려내기 위해 쌓아온 시간과 보존과학자들의 노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전문가 특별강연과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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