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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한민국-UAE 협력, K-바이오의 새로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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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4. 06:00

신준수 바이오생약국장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발걸음은 느리지만 결코 헛되지 않는다.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길을 만들고, 마침내 서로 다른 문명을 잇는 교역로가 되었다. 대한민국과 UAE가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쌓아온 협력도 UAE 의료제품 규제기관(EDE, Emirates Drug Establishment)의 설립 초기부터 이어진 치열한 '규제외교'의 결실이다. 이러한 협력의 핵심 분야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생체에서 유래한 세포나 유전자 등을 원료로 제조되기 때문에 합성의약품처럼 체내 대사산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독성이 낮다. 또한 맞춤치료가 가능해 암이나 난치성 질환,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티(CAR-T) 치료제는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유전자를 융합해, 특정 암세포만 제거하도록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이는 고도의 세포 조작기술과 유전자 분석기술이 집약된 대표적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예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시간 내 체내에서 분해되어 배출되는 화학의약품과 달리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체내에 장기간 남을 수 있어 이로 인한 지연성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으로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와 안전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19년 8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을 제정한 것이 바로 그 결실이다.

이 법은 혁신적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허가를 지원하는 신속처리대상 지정제도와 투여 후 일정 기간 동안 안전성 이상 사례를 확인하는 장기추적조사제도 등 안전을 기반으로 신속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을 담보로 한 신속 개발 지원은 우리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더 나아가 법 제정 당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를 신설하여 환자의 치료기회를 제공하였고, 2025년 2월부터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를 신설하여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제도의 성숙도를 높여왔다.

이러한 규제 과학적 기반은 국내 기업들이 혁신적인 의료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되어주었으며, 그동안 국내 기업은 중동,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었다.

UAE와의 의료제품 협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결과물이 아니다. 협력의 마중물은 EDE 총괄책임자가 '한국의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체계'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된 양 기관의 고위급 양자 회의였다. 우리는 이를 시작으로 다년간 여러 차례 온·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한국 식약처의 선진적인 규제 역량을 선보이고,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며 단단한 신뢰 관계를 다져왔다.

그 결과 지난 11월 17일 대한민국과 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UAE EDE 간 '바이오헬스 분야 포괄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MOU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비관세 장벽 해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향후 UAE 내에서 대한민국 의료제품이 보다 신속한 절차로 허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UAE와 한 걸음씩 신뢰와 실천을 쌓아, 대한민국이 UAE의 참조국 목록에 등재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중동 시장 진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도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안전하고 혁신적인 의료제품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환자들에게 더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규제외교'를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사막을 건너온 낙타가 마침내 오아시스에 닿듯, 우리의 노력이 K-바이오의 눈부신 비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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