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래커칠 시위’ 1년 만에 남녀공학 전환 공식 추진

김명애 총장 3일 "2029년부터 추진"
강경시위 벌인 일부 재학생 반발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자대학교(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학생들의 점거 농성과 래커칠 등 강경 시위가 벌어진 지 1년 만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재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의 공학 전환 권고 결정을 존중해 수용하고자 한다"며 "전환 이행 시점은 현재 재학생이 모두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해, 학생들이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대로서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동덕여대 공론화위가 발표한 '공학 전환 추진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공론화위는 학교의 공학 전환에 대해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각 구성원의 의견 수립과 객관적인 논의를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교내 협의체다. 공론화위는 그간 진행한 각 공론화 단계에서 '공학 전환 찬성' 의견이 '여성 대학 유지'를 선택한 의견보다 모두 높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48명이 참여한 공론화위 숙의 기구에서 공학 전환 찬성 의견은 75.8％, 여대 유지 12.5％, 유보 의견은 11.7％로 나타났다. 406명이 참여한 타운홀 미팅에서는 공학 전환 57.1％, 여대 유지 25.2％, 유보 17.7％로 조사됐다. 7055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설문조사에서도 공학 전환 51.8％, 여대 유지 33.2％, 유보 15％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일부 재학생의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내고 "최종 권고안에는 학생 위원들의 의견이 제한적으로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학교 측이 학생들과 논의 없이 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려 한다며 캠퍼스를 점거하고 교내 시설에 래커칠을 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총학생회는 공학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학생 총투표를 이날 진행해 대학 본부에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공론화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향후 구성원 설명회, 대학발전추진위원회,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의 논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방침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는 4일에는 학생, 교수, 직원이 참여하는 래커 제거 행사도 예정돼 있다. 김 총장은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재학생들의 걱정과 불안도 대학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창학정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