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전체로 확산 가능성… “전략무기 수출 시대 열렸다”
K-해군력… 장보고·장보고-III 기술이 페루 해군 핵심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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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월 HD현대중공업(HD현중)이 페루 국영 조선소 SIMA와 잠수함 공동개발·공동건조 협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에 페루 정부와 잠수함 공동개발 LOI를 체결하며 '장보고-II' 기반 해외 잠수함 수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제안 모델은 이미 우리 해군에서 지난 20년간 성공적으로 작전중인 장보고-II의 개량형으로, 협력이 본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은 방위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잠수함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몇몇 전통 강국이 독점해 온 세계 잠수함 시장에 한국이 본격 진입하는 상징적 순간이다.
단순 판매가 아닌 공동 설계·기술이전·현지 생산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남미는 물론 중동·그리스 등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 확보가 기대된다.
정부의 방산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이미 페루의 최대 조선소인 페루국영 조선소(SIMA)와 다년간 공동 수상함정을 합작·생산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의 최종 계약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양 방산 전문가들은 "잠수함은 국가 핵심전력으로 수출이 극히 제한된 분야이지만, HD현중의 기술력과 페루 해군의 강한 수요가 맞물리며 협력이 빠르게 진전됐다"며 "사실상 한국형 잠수함 기술의 국제 인증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 노후화한 페루 해군, '한국형 패키지' 선택… "성능·가격·확장성 3박자"
페루는 40년 넘게 운용해온 1200톤급 독일제 209형 잠수함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가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이 후보로 경쟁했지만, 페루 해군이 요구하는 중형급(1800~2,500톤) 규모를 비용 대비 최적의 성능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었다는 평가다.
HD현중은 장보고-II(KSS-II·214급)과 장보고-III(KSS-III·3,000톤급)를 모두 독자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루 맞춤형 모델을 제안했다.
특히 장보고-III는 한국이 설계부터 건조까지 독자 수행한 플랫폼으로, 잠수함 분야 '기술 독립국'임을 세계 시장에 입증한 사례다.
페루 해군 관계자는 내부 보고서에서 "한국 잠수함은 작전 지속력·소음·센서 체계·전투체계 균형이 뛰어나고, 유지비용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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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방식이다.
한국이 완제품을 건조해 넘기는 단순 수출이 아니라, 페루 국영 조선소와 함께 '공동 설계 → 기술 이전 → 현지 생산 → 장기 MRO'까지 포괄하는 초대형 파트너십이다.
이 모델은 폴란드 K2·K9 수출 때 한국이 처음 도입한 방식으로, 방산 수출을 단순 판매가 아닌 현지 산업 동반성장 모델로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잠수함 기술은 선체 구조, 소나 시스템, 전투체계, 추진체계 등 핵심 기술이 국가 기밀로 분류돼 있어, 선진국들도 대부분 공개를 꺼린다.
그럼에도 한국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술 공유와 공동 설계를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가, HD현중의 기술 수준이 서방 최상위권에 도달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해양 방산 전문가는 "잠수함은 누가 만들 수 있느냐보다 누가 '팔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은 이제 잠수함 수출이 가능한 소수 국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 한국 방산의 '클래스'가 달라졌다… "지상→공중→해저"로 확장
잠수함 수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계약 성사가 아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단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국가적 분기점이다.
전 세계에서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10개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해외 수출까지 경험한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극히 일부다.
한국이 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신흥 강자'가 아니라 정통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략무기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페루가 남미 해군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만큼, 칠레·콜롬비아·브라질로의 확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미 일부 국가는 HD현중의 잠수함 패키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잠수함이 남미에서 표준 플랫폼이 될 경우, 항공-수상-수중 3차원 작전체계시스템을 적용한 전투체계 업그레이드·무장 패키지 및 해상·해저 감시체계 확장 그리고 장기 정비(MRO)등 후속 수익이 수십 년 단위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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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중은 최근 방위사업청과 장보고-II 잠수함 성능개량(4,689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에서도 잠수함 기술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214급 플랫폼을 사실상 '신형급' 성능으로 재탄생시키는 업그레이드로, 한국형 잠수함 기술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플랫폼 업그레이드 경험 + 해외 공동개발 경험이 합쳐지면, HD현중은 단순 조선사가 아닌 세계적 잠수함 종합 메이커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내년 상반기 윤곽… "한국 첫 잠수함 수출, 남미에서 시작될 것"
페루 정부는 내년 상반기 기본 설계와 배치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2026년부터 상세 설계가 착수되고, 2027~2028년부터 본격 건조가 진행된다.
이는 한국형 잠수함이 태평양을 건너 남미 해역에서 작전하는 첫 사례이자, 한국 방산사의 새 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HD현중의 K-잠수함의 페루 수출계약이 체결된다면 K-2 전차·K-9·천궁·FA-50 전투기로 세계 방산 시장의 판을 바꾼 K-방산이 드디어 '해저 전략무기' 분야까지 세력을 넓히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 성사 여부는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다시 쓰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국 최초의 잠수함 수출, 그 시작은 페루가 될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