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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회째를 맞는 빈퓨처상은 이제 명실상부한 '베트남의 노벨상'으로,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빈그룹 창업주 팜 녓 브엉 회장 부부가 "인류를 위한 과학"을 모토로 2020년 제정한 이 상은 매년 파격적인 상금과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으로 베트남의 과학 기술 혁신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빈퓨처상의 하이라이트인 대상의 영예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개발을 이끈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더글러스 로위 박사, 존 실러 박사 등 4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상금만 무려 300만 달러(약 44억 원)다.
심사위원회는 "이들의 헌신적인 연구 덕분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성이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로위 박사는 수상 소감에서 "우리의 연구가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과학이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강조해 큰 울림을 남겼다.
'베트남의 노벨상'이라 불리지만 빈퓨처상이 노벨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소외된 분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3개의 특별상(각 50만 달러·약 7억원)은 여성 과학자, 개발도상국 출신 과학자, 그리고 신흥 분야 개척자에게 수여된다.
올해 '개발도상국 과학자상'은 열대 생태계의 미생물 연구를 통해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멕시코의 에스페란자 마르티네즈-로메로 교수에게 돌아갔다. '여성 과학자상'은 유방암 유전자(BRCA1)를 규명해 암 예방의 새로운 길을 연 미국의 메리-클레어 킹 교수가 받았다.
또한 '신흥 분야 개척자상'은 자가 증식이 가능한 잡종 벼 품종을 개발해 농가 소득 증대와 식량 안보에 기여한 벤카테산 순다레산 교수 등 5명의 다국적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기술은 농부들이 매년 비싼 종자를 구매하지 않고도 고수확 품종을 계속 재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처드 헨리 프렌드 심사위원장(케임브리지대 교수)은 "빈퓨처상은 단순히 논문의 인용 횟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가 실제로 인류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학 기술이 소수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인류의 공영에 기여해야 한다는 빈퓨처상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날 시상식에는 쩐 타잉 먼 베트남 국회의장을 비롯한 베트남 최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해 과학 기술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현장에서 만난 베트남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빈퓨처상은 베트남이 더 이상 과학 기술의 변방이 아니라, 혁신의 중심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빈퓨처 위크 기간 동안 하노이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들이 모여 AI·반도체·기후 변화 등 글로벌 난제를 논의하며 전 세계 지성들이 교류하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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