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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장되는 스캠범죄, 국제공조로 해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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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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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경찰청 국제협력관
오늘날 우리 국민 해외여행객은 연간 2872만명(2024년 기준)에 이르고, 재외동포도 700만명이 넘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 경계조차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결의 시대가 긍정적인 면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사람과 자본,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만큼 범죄 역시 국경을 손쉽게 넘나들고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초국가 스캠범죄단지 문제이다.

스캠범죄단지는 더 이상 '온라인 사기'라는 단순 범죄로 설명하기 어렵다. 납치·감금·인신매매로 이어지는 조직범죄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스캠범죄조직이 연루된 우리 국민 사망 사건이 알려지며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실제 위험은 이미 그 이전부터 고조돼왔다. 스캠범죄단지의 확산 속도와 규모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약·사이버 등 각종 초국가 범죄로 인한 사회문제는 하나의 기관이나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법집행기관의 협력에 기반한 국제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국제공조 기반의 대응체계를 마련해 왔다. 지난 10월 23일, 경찰청은 오랜 준비 끝에 스캠범죄단지에 공조·대응하기 위해 인터폴·아세아나폴, 아세안 주요국 등 9개국과 함께 국제공조협의체를 발족했다. 이어 11월 11~12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공조 작전회의에서는 3개 국제기구와 16개국이 참여해 스캠범죄 동향을 공유하고 공동조사·합동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국제공조의 실질적 틀을 더욱 견고히 했다.

국제무대에서도 협력은 속도감 있게 확대되고 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10월26~27일·말레이시아)에서는 '온라인 스캠 대응을 위한 경찰협력'이 의제로 채택됐고, APEC 한·중 정상회담(11월1일·경주)에서는 보이스피싱·온라인사기 공동대응을 위한 치안 MOU가 체결됐다. 아세아나폴 총회(11월3~7일·태국)에서는 대한민국 경찰이 제안한 글로벌 공조작전(Breaking Chains)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인터폴 총회(11월24~27일·모로코)에서도 '글로벌 스캠단지 대응 결의안'이 압도적 지지로 채택되며 국제사회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처럼 경찰청은 초국가 스캠범죄 대응에 있어 글로벌 치안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지 경찰과의 합동작전 강화도 경찰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분야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법집행당국과 협력해 현지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이민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을 지난 10월 18일 전세기로 송환했다. 지난 12월 4일 태국 경찰청과 합동작전으로 보이스피싱 조직 사무실을 급습해 조직원 13명을 검거하고 스캠 관련 증거물을 확보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이런 대응의 연장선에서 11월 10일 출범한 대한민국·캄보디아 코리아 전담반은 양국 경찰관이 24시간 공동근무하며 재외국민 보호, 피의자 검거·송환 지원, 범죄첩보 수집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경찰청은 제도적·재정적 기반도 체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국제공조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스캠범죄단지 해체뿐 아니라 인신매매·조직범죄 대응 등을 위한 연 15억 원 규모의 인터폴 펀딩 프로젝트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런 예산 기반의 사업들은 경찰청이 장기간 준비해 온 국제공조 전략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초국가 스캠범죄는 단순히 한 국가의 치안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이다. 개별 국가의 치안역량 강화는 물론 국제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찰청은 변화하는 범죄 환경에 맞서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대응 전략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다.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며, 스캠범죄단지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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