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1892년, 캔버스에 유화, 111.8×86.4㎝, 로버트 리먼 컬렉션, 1975년 (1975.1.201)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로폴리탄박물관 | 0 | |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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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유례없는 '인상주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 세 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인상주의 기획전이 열리면서다. 이처럼 수준 높은 인상주의 전시가 한꺼번에 열린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인상주의 3연전'의 상징적 장면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대표작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를 둘러싼 이례적 상황이다. 전 세계에 다섯 점밖에 없는 이 작품의 버전 중 두 점이 동시에 서울에 왔다. 한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른 한 점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각각 전시 중이다.
 | 폴 고갱,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년), 종이에 유화, 캔버스에 붙임. 109.9×89.5㎝.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0 | |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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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전시 모두 세계적인 미술관의 핵심 소장품을 대거 들여온 '블록버스터'급 기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 81점을, 예술의전당은 프랑스 오르세·오랑주리미술관 소장품 51점을, 세종문화회관은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소장품 65점을 각각 선보인다.
특히 오랑주리미술관 소장품이 국내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샌디에이고미술관도 개관 100년 만에 상설 컬렉션을 이처럼 대규모로 해외에 내놓은 것은 한국이 최초라고 밝혔다. 작품 운송에만 비행기 4대가 동원됐고, 세 전시의 출품작 총 가치는 수조 원대에 이른다.
 |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전경.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 0 |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전경.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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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특별전에서는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 등 거장들이 남긴 빛과 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모네나 고흐 같은 스타 화가보다는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등 인상주의 화단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가들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로버트 리먼이라는 한 수집가의 안목을 통해 인상주의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은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에서 르누아르와 폴 세잔, 두 거장을 집중 조명한다. 같은 인상파 동료였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은 두 화가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화풍 차이를 명확히 대조할 수 있다.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처럼 현대미술의 문을 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 원근법을 파괴하고 여러 시점을 하나의 화폭에 담는 '다시점' 기법으로 그려진 '사과와 비스킷'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결정적 영감을 제공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세잔과 르누아르가 20세기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게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을 통해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사 전체를 조망한다. 남북 유럽의 르네상스 거장들로 시작해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로 이어지고, 인상주의와 20세기 모더니즘으로 마무리된다. 베로네세, 틴토레토, 엘 그레코, 루벤스, 반 다이크 등 교과서 단골 화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나온다.
현존하는 작품이 20여 점밖에 없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리스도의 체포', 엘 그레코의 '참회하는 성 베드로' 등 희귀 명작들이 포진했다.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들'도 눈길을 끈다. 이 그림은 훗날 인상주의를 대표하게 될 건초더미 연작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다.
 |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전경. 예술의전당 | 0 |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전경. /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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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과 문화적 위상 제고의 결과로 분석한다. 오랑주리미술관 나탈리 바게르 베르디에 부관장은 "우리 미술관을 찾는 아시아 국가 관람객 중 한국이 가장 많다"며 "한국 관람객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 유수 미술관들이 주목하는 시장이 됐다"며 "인상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각별한 애정도 이런 기획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는 1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는 2월 22일까지 각각 이어진다.
 | 클로드 모네 샤이의 건초더미들 세종문화회관 | 0 | | 클로드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들'.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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