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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태국 현지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9일부터 20일까지 방콕 등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엔 국경 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7~8일,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 태국 군인이 사망하고 공습까지 단행된 탓이다.
그럼에도 캄보디아는 17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8일 입촌식을 마쳤다. 긴장감은 최고조다. 타나 차이프라싯 태국 선수단장은 캄보디아 선수들에게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캄보디아 팀 유니폼을 입지 말라"고 권고했다. 태국 당국은 캄보디아 선수단 숙소에 엑스레이 검색대를 설치하고 경비 병력을 2~3배 증원하는 등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엉망진창 운영 대회 준비 상황도 낙제점이다. 지난 3일 열린 베트남과 라오스의 남자 축구 예선전에서는 경기장 음향 담당자가 "퇴근 시간이 지났다"며 장비를 끄고 귀가해버리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양국 선수들은 반주 없이 육성으로 국가를 제창해야 했다. 양국 축구팬들의 애국심이 어린 거센 질타와 비판이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폐막식 연출 팀은 준비 7개월 만에 갑자기 교체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는 AI로 대충 만든 조잡한 홍보 포스터와 엉터리 국기 이미지가 올라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LED 전광판 설치 업체는 "대금 지급이 안 됐다"며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18년 만에 다시 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가 파행을 겪는 원인으로 현지에서는 '정권 교체기의 행정 공백'을 지목한다.
야당인 프아타이당 대변인은 "경기장 조명부터 티켓 시스템까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며 "태국의 역량을 보여줘야 할 무대가 지역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아누틴 찬비라쿨 총리는 "취임 직후 예산 문제 등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준비 부족을 자인한 셈이 됐다.
조직위원회는 9일 개막식에 태국 출신 K-팝 스타 뱀뱀(갓세븐)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는 슬로건 아래 화합을 강조하지만, 국경의 총성 속에서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아타콘 시릴라타야콘 관광체육부 장관은 "환경 친화적인 개막식으로 감동을 주겠다"고 자신했지만, 현지 여론은 싸늘하다. 태국 국민들은 SNS를 통해 "역대 최악의 SEA 게임이 될 것"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