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CEO 'CFO 출신' 9명 포진
보험사 중심서 은행·카드까지 확산
금융그룹 연말 인사 추가 기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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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그룹에서 'CFO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재무상태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재무관리자인 CFO는 자금과 회계, 세무, 외환, IR, 리스크 관리 등을 총괄하고,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영업, 미래 신사업 등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CFO 판단은 반드시 반영된다.
CFO 출신 인사의 중용은 KB금융그룹에서 시작됐지만, 다른 금융그룹으로도 확장돼 가고 있다. 그동안 자산부채 관리 등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인 보험 자회사 중심으로 CFO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적극 등용해 왔는데, 최근에는 은행과 카드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CFO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 자회사 CEO 중 CFO를 역임했던 인사는 모두 9명이다. KB금융이 4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환주 국민은행장과 김재관 국민카드 사장은 그룹 CFO를, 정문철 KB라이프생명 사장은 국민은행 CFO(경영기획그룹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또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의 경우 손보 CFO(경영관리부문장)을 지낸 뒤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CFO 출신 등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KB금융이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자회사 CEO에 CFO 출신을 중용했는데, 윤 전 회장 역시 국민은행과 그룹 CFO를 맡은 바 있다.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과 김기환 전 KB손보 사장도 그룹 CFO를 지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것 역시 'CFO 출신 CEO가 높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신한금융은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둔 4명의 자회사 대표이사 중 신한라이프와 신한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는데, 이중 신한라이프 사장 후보인 천상영 내정자가 그룹 CFO 출신이다. 그는 그룹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장기가 맡아와 재무와 회계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인물인데, 그룹 CFO 자격으로 신한라이프 이사회 내 비상임이사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해왔다. 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회장직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은행 CFO(경영기획그룹장) 출신이다. 과거 민정기 전 신한BNPP파리바자산운용 사장도 그룹 CFO를 역임한 바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이승열 그룹 미래성장부문총괄 부회장이 CFO 출신인데, 이후 하나생명 사장과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뒤 함영주 회장, 강성묵 부회장과 함께 3인의 사내이사로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자회사 현직 CEO 중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도 은행 CFO 출신이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16곳 중 유도현 우리펀드서비스 사장만 은행 CFO(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이성욱 부사장이 오랜 기간 그룹 CFO를 맡고 있어 경쟁사보다 CFO 출신 CEO가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이다.
이처럼 4대 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CFO 출신을 자회사 CEO로 등용하는 데는, 리스크관리와 함께 그룹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펀더멘털 강화에 더해 그룹 주주환원 측면에서 자본관리 역할도 중요해진 만큼 재무전문가 출신 CEO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자산·부채 관리와 자산운용 영역이 중요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CFO 출신 CEO 영입이 활발했는데, 이제는 은행과 카드사 등 다양한 금융산업에서 재무·회계 전문성을 갖춘 CEO가 중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마무리된 신한금융을 제외하고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이달 중순이나 다음 달 초 자회사 CEO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CFO 출신들이 추가 등용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KB금융은 증권과 손보 등 6곳, 하나금융은 증권과 생명 등 7곳, 우리금융도 증권과 캐피탈 등 11곳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통인 CFO 출신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이해도가 높은 데다, 리스크관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CEO로 중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