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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법원장은 안되지만 대통령은 된다? 인사권, 국민에게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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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승인 : 2025. 12. 10. 20:00

조해수 사회부장
조해수 사회부장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법 적용의 형평성을, 칼은 법 집행의 엄중함을 상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가리개'다. 상대에 따라 판결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공정성' 없이 법치주의는 존속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에 있는 디케상(像)은 눈을 가리고 있지 않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법원과 검찰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윤석열 정권에 빌붙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들을 '내란판사'와 '정치검사'로 낙인 찍고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디케에 눈가리개를 씌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양쪽 눈이 아닌 한쪽만 가리려는 듯하다. 법원과 검찰에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폐해라며 독점적 인사권을 제한하려고 한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제왕적 대통령'의 독점적 인사권은 '민주적 통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이 국민을 대신해 지배한다'는 명분 아래 친윤(親尹)이라 불리는 검사들은 '유배지' 법무연수원으로 쫓겨났고, 반윤(反尹) 혹은 친명(親明)은 '검찰의 꽃'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손에 따라 칼끝의 방향이 정해지듯, 대통령의 '인사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검찰의 '수사 독립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180도 다른 입장은 '선출된 권력은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헌법 어디에도 권력의 서열은 명시돼 있지 않으며, 오히려 헌정 질서는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법원과 검찰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사권을 특정인이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판사와 검사가 출세를 위해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어진다.
사실 인사권 개혁을 먼저 꺼낸 건 민주당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독립적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엔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승자독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현재 두 위원회는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짜놓은 인사안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대한민국 법 체계의 모태가 된 대륙법계 국가들은 어떨까. 프랑스에서는 독립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판·검사의 임명과 징계를 헌법이 보장한 '최고사법관회의'가 담당한다.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독립된 헌법기구를 만든 것이다. 15명으로 구성되는 회의에는 사법관(7명)보다 비사법관(8명)이 더 많으며, 사법관 역시 선거로 선출된 직급별 대표가 참여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독일에서는 검사 임용이나 승진 시 중앙검사회의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다. 이 회의는 검사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장관과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7명의 외부위원과 8명의 검사들이 참여하는 검사선발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민주적 통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하지 않고도 법원과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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