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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의 우리들의 주거복지] 거대도시, 서울의 가치와 주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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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0. 17:34

장용동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뉴욕을 비롯해 파리, 런던, 도쿄 등 대도시의 성장 과정을 보면 승자 독식의 도시화라는 공통된 사실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재를 끌어들여 번성한다는 점이다. 이들 대도시는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자본과 투자, 그리고 금융을 비롯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첨단산업으로 무장된 기업들을 끌어들인다. 이는 노동 인력의 양극화를 초래해 전문직과 노동자의 격차를 불러오고 자본과 기업의 집중을 가져와 결국 승자 독식의 도시화를 가속화시킨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부동산 문제다. 토지 공급이 비탄력적으로 급변해 가격이 오르고 여기에 고소득, 고학력 계층이 집중되면서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며 도시 내부의 특정 지역에 상권과 일자리 교육 중심의 슈퍼스타 구역이 생겨난다. 거대도시인 서울은 이러한 반복적 승자 독식의 도시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며,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특정 지역 역시 도시 발전과 성장의 구조적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는 서울만 갖는 독특한 특징적인 구조가 아니다.

오늘날 서울이 겪는 주거 문제가 글로벌 거대도시에 똑같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고의 인재와 고수익 산업, 글로벌 자본 등이 집중되면서 경제적 부가 가치는 급격히 커지고 이로 인해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것이 집중될수록 토지 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도 비싸지는 반복 과정을 글로벌 거대도시가 똑같이 겪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인구 유입과 자본 집중에 비해 주택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희소성이 커지고 지리적 제한과 규제로 주택공급은 갈수록 어렵게 된다.

예컨대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 고도 제한 등은 필요한 규제이지만 주택 공급 차원에서 보면 제한요소로 작용, 집값 상승 압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우수 입지 지역에 고가 아파트가 집중함으로써 지역 간 집값의 양극화가 더 커지게 된다. 서울 강남 같은 특정 지역의 탄생은 도시 성장의 역사 차원에서 필연이며 이를 우리만의 폐해나 도시계획의 실패, 더 나아가 국토 균형발전의 실패로 인식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자해적이다.

글로벌 거대도시의 집값 급등 역시 공통된 현상이다. 선진국가(OECD) 각 도시의 집값 변동 통계치가 나와 있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을 비교해 보면 베를린(63.1%), 시드니(54.8%), 상하이(52.5%), 런던(39.6%) 순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이에 비하면 서울은 18.9%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 2020년대 들어 5년 동안 아파트 분양가가 50~60% 정도 폭등하는 등 집값이 크게 올라 체감도가 높아졌으나 글로벌 거대도시 집값 상승이 일반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선진 국가(OECD) 거대도시들은 지역 양극화와 지속적인 집값 상승, 그리고 서민 계층의 임대료 부담 등이 빈곤과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져 각종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뉴욕은 장기 거주 세입자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임대료 규제(Rent Control)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공공 보조 주택(New York City Housing Authority) 운영과 저소득층 세금 감면 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서민과 중산층의 어포더블 하우징 공급과 첫 주택 구매자에게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는 구매지원(Help to Buy) 제도를 시행 중이다. 프랑스 파리 역시 수요가 많은 특정 지역에 임대료 상한선을 두어 급등을 억제하는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고 사회주택 비율을 늘리고 있다. 공공주택(HDB) 공급제도가 발달한 싱가포르의 경우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각국 정부와 거대도시가 취약계층의 주거비 복지정책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주거비 급등 문제가 최우선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주거비 연평균 증가율이 4.9%에 달해 총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 3.3%를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무려 6.5%로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수도권의 급격한 월세화는 저소득층과 1~2인 가구, 노후 빈곤 가구의 주거 불안을 더욱 심화시켜 자살 등으로 이어지는 극한 상황이다.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의 주거복지 정책 강화와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도시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높은 주택 가격과 이의 상승을 단순히 수급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막대한 자본과 인구가 집중되는 공간으로 도시 자체가 갖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도시의 집값을 낮추기 위한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중·저소득층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의 양극화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양질의 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주거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복지 차원의 명확한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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