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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 영화와 AI] ② 선택 아닌 필수! AI 모르면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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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11. 14:03

AI시네마 대표 장동찬 감독 "영화계·AI의 공존, 이젠 숙명"
AI 활용시 제작비 구애 안 받아…저예산 블록버스터 가능
맹신은 금물! AI·실사 잘 붙는 스토리텔링 개발이 최우선
AI실사 결합 영화 '1961'
장동찬 감독이 현재 제작·연출중인 AI·실사 결합 영화 '1961'의 한 장면. 남녀 배우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면(왼쪽 사진) AI로 집안 배경을 더하는 방식인 덕분에 실제 세트가 필요없다./제공=장동찬 감독
한국 영화 편당 총제작비가 100억원대로 진입한지는 이미 오래 됐다. 설상가상 관객 감소로 돈줄까지 말라버린 요즘, 영화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돈과 기간을 모두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도구'가 등장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한 공유 사무실에서 만난 인공지능(AI) 영화 전문가 장동찬 감독은 답답한 심경부터 털어놨다. 광고 디자이너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를 거쳤고 AI 영화 제작 전문 AI시네마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올 봄 울산단편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14분 분량의 AI·실사 결합 영화 '정류장'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장 감독은 영화 제작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요즘,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할 영화인들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아는 영화 스태프 중 대부분은 제작 편수 감소로 일이 끊겨, 택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 묻기가 미안할 정도라면 할 말 다했죠. 이럴 때야말로 각 분야 별로 AI와 관련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할 적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장 감독에게 영화계와 AI의 공존이 숙명처럼 다가왔던 때는 3년여 전이다. 광고에서는 포토샵이, 영화와 방송에서는 필름 대신 디지털 카메라가 각각 사용되기 시작했을 당시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20여 년 동안 살아온 덕분에 금세 AI에 빠져들었고,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은 독학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도전과 실패를 통해 국내에서 몇 안되는 AI 영화 전문 연출자로 인정받게 됐다.

장 감독이 꼽는 AI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돈과 시간의 드라마틱한 절약이다. 시나리오 완성과 콘티 제작이 포함된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으로 CG(컴퓨터그래픽)와 실내외 세트 제작, 로케이션 촬영 등 거의 모든 제작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상상력의 족쇄가 풀려 블록버스터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를 저예산으로 스크린에 옮기는 사례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장동찬 감독
장동찬 감독은 "AI의 도입으로 3년 내에 영화 찍는 방식이 모두 바뀌면, 제작비가 줄어들면서 편수가 늘어나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제공=장동찬 감독
장 감독은 "AI의 힘을 빌릴 경우, 스튜디오와 카메라, 그린 스크린 만으로 모든 배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실제 장소에 가지 않아도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여려 명이 단계마다 달라붙어야 하는 CG도 대신할 수 있어 인건비 감축도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제작 인원 100명을 필요로 하는 영화는 10명으로 충분해지고, 총제작비 100억원짜리 영화는 3분의 1로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AI는 상업 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산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 한계를 두던 상상력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나면서, 예산과 제작 과정만 보면 분명히 독립 영화인데 극장에서 보면 블록버스터와 흡사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AI가 '만능 치트키'는 아니란 게 장 감독의 조언이다. AI와 실사가 잘 붙을 수 있는 이야기 개발이 최우선인데도, 이 단계를 뛰어넘어 AI를 통한 피사체의 단편적인 생성에만 매달리면 한마디로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AI가 인간 배우 혹은 스태프의 일거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례로 AI가 인간 배우의 행동은 물론이고 감정마저 완벽하게 재현하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와 무시무시하게 빠른 처리 속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퀀텀(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러 난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시대가 3년 내로 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잠깐의 트렌드로 그쳤던 3D와 달리, AI는 우리의 영상과 언어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AI 활용은 결국 인간인 우리의 몫이므로, 제작자·감독·배우·촬영·조명·편집 등 모든 분야의 영화인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AI 재교육의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합니다. 2000년대 중후반 우리 영화계를 기억해 보세요. 당시 디지털 카메라의 본격적인 도입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모두 도태되고 말았어요. AI도 똑같아요.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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