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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부족 문제는 평균회귀(mean reversion) 현상과 연결된다. 누르하치와 강희제가 제국의 기틀을 다지고 전성기를 열었지만, 후손들이 이에 필적하는 능력을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재현하기는 어려웠던 것처럼, 창업자의 경영능력·통찰력·환경 해석 능력 또한 치얼다이에게 온전히 계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적합한 인물이 기업을 이끄는 상황을 초래하며, 중국 경제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위협하는 시스템적 위험(systemic risk)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치얼다이 상당수는 부모 세대의 부(富)를 바탕으로 경영보다 전문직이나 문화·예술 분야 등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한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 야오 안나가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영 무관심형' 치얼다이는 부모 세대 이후에도 일상적 경영 판단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규모 주식을 상속받은 이상 지배주주 혹은 주요주주로서 전략적·지배구조 관련 의사결정에 일정 부분 관여하거나 승인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경영을 본업으로 삼지 않으면서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 자체는 본질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이러한 두 가지 마찰이 중국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일부 예외가 허용되었지만 1970년대 후반 도입되어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한 자녀 정책(one-child policy)'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16년 완화 시점에는 고령화된 제1세대 창업자 대부분이 이미 외동 자녀를 둔 상태였고, 그 결과 오늘날 지배권 승계가 동시적 성격을 띠며 진행되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방위적으로 발생한 규제 충격(regulatory shock)이라는 점에서 이벤트 스터디(event study)의 이벤트와 유사하다. 또한 이 정책은 강력한 공권력에 의해 장기간 유지되어 중국 기업의 치얼다이 형성 과정에 구조적으로 체화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승계에서의 두 가지 마찰 요인은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에서 의미하는 분산 불가능한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저출산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유사한 승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은 일괄적 정부 규제가 아니라 점진적 감소의 결과이므로 중국과 같은 집단적 승계 전환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산율 저하가 지속된다면 승계 관련 마찰 요인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어, 사모펀드나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한 승계 출구전략을 제도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특히 M&A에서 국내 인수자는 대기업일 가능성이 높아, 경제력 집중만을 근거로 이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오히려 무능·무관심형 후계자가 기업을 이끄는 구조적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지만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까지 고려하면 실효세율이 약 60%에 달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두 번의 상속만으로도 가족 승계를 통한 지배권 유지가 쉽지 않다. 상속세는 사망(법률적으로 '정지조건'에 해당)을 계기로 이미 과세된 자산에 다시 부과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계층 간 격차 및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긍정적 기능도 수행한다. 다만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가 정신이 약화되고 역외 자산 축적 유인이 커질 수 있으므로, 향후 정책은 사익편취 규제는 강화하되 상속세 부담이 승계 유인을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강상엽 베이징대학교 국제법학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강상엽 교수는…
미국 Columbia University Law School에서 박사(J.S.D.) 학위를 취득한 후, 2011년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學) 국제법학원에 임용되어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현재 정교수(with tenure)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European Corporate Governance Institute (ECGI) 정회원이며, 미국 변호사, CFA 및 FRM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외에서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 지배구조, 회사법, 금융법(증권·은행), 공정거래법, 플랫폼 경제, AI, ESG이며, 가상자산 및 CBDC, 모빌리티 분야도 연구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다수의 학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