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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너머의 치유, 식물의 본질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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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12. 17:57

'허브 포 뷰티', 아로마테라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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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좋은 향을 즐기는 것을 넘어, 식물이 지닌 치유의 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싶다면? 'Herb for Beauty 허브 포 뷰티'는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다. 11년간 아로마테라피 교육과 컨설팅을 이어온 저자 심나래가 76가지 허브의 역사, 문화, 과학적 효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아로마테라피 분야의 권위자 도미닉 보두의 추천을 받으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오늘날 허브는 단순히 향기를 내는 원료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허브를 오일의 재료가 아닌 생명력을 가진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책은 각 허브가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달시킨 특성과, 인류가 수천 년간 이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예를 들어 바질의 경우, 원산지에 따라 스위트 바질과 이그조틱 바질로 나뉘며 각각의 향과 화학 성분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다. 오레가노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피부 감염 치료에 사용했던 역사가 있으며, 베이로렐은 이란 전통 의학에서 소화기 질환 완화와 신경통 치료에 쓰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한국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향의 분류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는 것이다. 유럽식 향 분류가 우리 문화적 감각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저자는 오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8가지 향 계열을 재구성했다.

아로마틱(Aromatic)은 자연의 신선함과 청량함, 캠퍼(Camphor)는 시원하면서 강렬한 향, 얼씨(Earthy)는 흙냄새와 스모키한 깊은 향, 플로럴(Floral)은 풍부하고 부드러운 꽃 향을 의미한다. 프레시(Fresh)는 과즙처럼 톡 터지는 상쾌함, 메디셔널(Medicinal)은 약초의 독특한 향, 스파이시(Spicy)는 따뜻하고 자극적인 매운 향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우디와 발삼(Woody & Balsam)은 나무에서 오는 안정감 있는 향으로, 두 계열의 나무 향을 하나로 묶었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허브와 같은 계열의 다른 허브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익숙한 향을 새로운 시선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영국 IFA, 미국 NAHA, 프랑스, 벨기에 국제 자격증을 모두 보유한 전문가로서, 과학적 아로마테라피를 중시하는 '도미닉 보두 컬리지' 전속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책은 에센셜 오일의 화학 성분과 구조를 상세히 설명하며, 이에 근거한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한다.

에센셜 오일은 약 75개 이상의 생화학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어우러져 진정, 이완, 상처 치유, 소화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 책은 이러한 성분들이 고도로 응축된 물질이기에 용량과 조합에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던 활용법까지 철저히 검증했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From Plants to Oil'에서는 허브의 역사적 흐름, 향 계열 분류, 오일의 개념과 구성 성분, 제품 선택법 등을 다룬다. 2장 'Essential Oil'에서는 69가지 에센셜 오일을 8가지 향 계열로 나누어 식물의 특성, 분류, 역사, 아로마테라피적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3장 'Carrier Oil'에서는 에센셜 오일과 함께 사용하는 주요 캐리어 오일 7가지의 특성과 용도를 정리했다.

특히 각 허브의 역사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녹나무의 수지인 캠퍼가 19세기 아편전쟁 시기에 귀한 자원으로 쓰였던 이야기, 아르간 오일이 모로코 베르베르족 여성들에 의해 전통적으로 피부와 모발 보호에 사용되어 온 역사 등은 허브가 단순한 향의 원료가 아닌, 인류 문화와 함께한 중요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책은 내용의 깊이만큼이나 시각적 완성도도 높다. 강렬한 색감의 패턴 일러스트가 각 허브의 특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양장 제본으로 제작되어 실용서이자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방대한 참고문헌과 함께 11년간의 현장 경험이 녹아든 이 책은, 그간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던 민간요법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아로마테라피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amstory. 383쪽.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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