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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으로 관세 넘고 AI 깐부동맹…‘퍼펙트스톰’ 걷어낸 정의선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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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12. 15. 18:53

올 한해 현대차그룹 불확실성과 전쟁
3월 미국에 31조원 대규모 투자 발표
젠슨 황과 ‘깐부동맹’…AI 전환 가속화
HEV 라인업 강화…자율주행 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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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백악관서 대미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연합
올해 초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던진 화두는 다름 아닌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던 상황이었던 만큼 다발적 악재가 동시에 몰려온다는 의미의 '퍼펙트 스톰'은 '엄살'처럼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정 회장의 당시 진단은 과장이 아니었다.

보호무역 기조의 재부상,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전기차의 공습,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까지.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올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리스크에는 현지화로, 기술 경쟁에는 AI 동맹으로, 전기차 캐즘에는 유연한 포트폴리오로 대응하며 위기를 구조적 전환의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앞에 선 정의선…관세 불확실성에 정공법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핵심 전략은 단연 '현지 생산 확대'였다. 그 출발점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표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이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발언하는 정...<YONHAP NO-3016>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한국 기업인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 앞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한 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정치·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었다. 같은 시기 준공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상징적 거점이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4월부터 수출용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토요타 등 경쟁사 대비 미국 시장에서 가격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현대차그룹 역시 한 숨을 돌렸다.

◇정의선·젠슨 황 '깐부동맹'…AI 전환 가속화

올 한 해 현대차그룹을 관통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단연 '깐부동맹'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포착된 장면은 국내 산업계 전반에 강한 상징성을 남겼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영역에서 협력 범위를 빠르게 넓혔다. 차량 개발과 운영 전반에 AI를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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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말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박성선 기자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는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강화에도 속도를 냈다.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연료전지 공장의 착공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 에너지 전환과 산업 주도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캐즘에 HEV 강화…자율주행은 숨 고르기

전기차 캐즘은 현대차그룹에게도 피할 수 없는 시험대였고, 이에 하이브리드(HEV)를 강화하는 유연한 대응을 택했다. HMGMA 역시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을 시작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48.9% 증가한 3만6172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3)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 개최 (1)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현대차
또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 '콘셉트 쓰리'가 공개됐고, 기아 역시 EV2를 내년 1월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익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에 맞서 '가성비 전기차'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송창현 포티투닷 사장 사임 이후 혼선을 겪는 자율주행 전략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기술 개발 방향과 조직 재정비를 놓고 내부 조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컸던 한해였던 만큼 현대차그룹은 수익성과 기술 완성도를 재점검하는 데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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