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양경제의 전선
해양경제의 미래를 여는 기술혁신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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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입지한 천혜의 해양국가다. 한국은 세계 5위의 해상무역국이자 조선·해운 강국이지만, 바다를 여전히 교역의 통로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바다는 명백한 미래 산업 영토이자 국가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유럽연합(EU)은 해양혁신전략을 통해 해저자원 개발·자율운항선박·수중로봇·해상풍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도 해양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적 조선 능력을 기반으로 'K-해양 르네상스'를 추진해야 한다.
세계 LNG 수요 증가에 따라 LNG 운반선, 부유식 액화플랜트(FLNG), 해상풍력 설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로, 해양플랜트와 해상자원 개발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바다의 지배력은 곧 산업 주도권으로 이어지며, 그 성과는 국가의 미래 성장으로 귀결된다.
바다를 지배하려면 강력한 해군력과 해양기술력을 결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해군력으로 산업혁명을 확산시키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고, 미국은 조선산업과 해양력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했다. 한국 또한 이제 '조선강국에서 해양강국으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잠수함·상륙함 등 다양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한반도 인근 방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경제안보와 해양자원 보호를 책임지는 글로벌 해양 수호자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핵추진잠수함·경항모·초대형 유·무인전력체계 등 첨단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
다가올 10년, 세계 해양경제의 최대 격전지는 북극해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천연가스·석유·희토류 등 막대한 자원이 드러나고 있다. 북극항로는 유럽까지의 해상운송 거리를 40% 이상 단축시켜 글로벌 물류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미국, 러시아, 중국, 노르웨이 등 주요국은 이미 경쟁에 돌입했으며,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북극국가'로 규정하며 적극적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 역시 조선·해운 강국으로서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 참여가 필요하다. 쇄빙 LNG 운반선, 극지 탐사선, 해양플랜트, 친환경 추진 선박은 모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다. 북극해 자원 개발은 단순한 상업적 사업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국가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한국이 북극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면, 이는 해양경제 주도국으로의 도약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극협력기구(Arctic Council)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극지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 기반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바다는 첨단기술의 시험장이자 미래산업의 무대다. 해양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선박, 해저통신망, 수중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해양 데이터와 수중 AI 기술은 향후 안보·물류·환경 관리를 통합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조선·IT·로봇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해양산업 생태계를 선도해야 한다. 아울러 해상풍력, 수소 생산, 해양열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중심의 해양 전환도 가속화해야 한다. 이미 확보한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양플랜트 기술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유력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바다는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이자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한국은 조선·해운·해군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삼각축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통합된 국가 전략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개별 산업 성과에 머물 뿐이다. 이제는 "해양경제력=해양지배력=국가안보력"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정부·산업계·군이 일체화된 국가 해양전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바다를 향한 시야를 넓히고 북극해까지 아우르는 대양경제 전략을 추진할 때, 비로소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국가 비전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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