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모든 책임'·공항공사 '일체의 책임' 유지
인천공항 '모든 민형사상 책임'…전년 지적 미반영
한전, 위탁대가 감액·인사 불이익 요구 조항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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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단은 계약의 공정성과 자회사 독립성을 중점 점검하기 위해 계약서와 과업내용서, 일반시방서 등을 직접 검토했다. 그 결과 일부 기관에서는 자회사에 '모든 책임'이나 '일체의 책임'을 부담시키는 조항이, 다른 기관에서는 위탁대가 감액이나 자회사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자회사에 과도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계약 조항이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와 체결한 일반시방서 제16조와 경비용역 특수조건 제6조·제12조에서 자회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 발생하는 '모든 책임'과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손해액도 발주자가 산정하도록 한 계약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해배상액을 용역대금에서 상계하거나 결원 발생 시 용역대금을 감액하도록 한 전년도 지적사항도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포괄적인 책임 규정은 공항 분야 공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와 체결한 도급일반계약 제9조 제2항에서 자회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제13조 제1항에서는 '법령상의 책임을 모두 부담한다'고 규정한 점이 지적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자회사와 체결한 일반 과업내용서 제32조에서 자회사가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제30조의 손해배상 규정과 제33조의 계약 변경 절차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됐으며, 일부 계약 조항은 전년도 평가에서도 개선을 권고받고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통제 방식에 대한 계약상 문제점도 발견됐다. 한전은 자회사 한전CSC와 체결한 위탁계약에서 업무평가 결과에 따라 위탁대가를 최대 15%까지 감액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계약에는 모기관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기관 이미지를 실추한 자회사 직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계약 구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도입된 자회사 운영 방식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제시했지만, 시설관리와 경비·미화, 고객서비스 등은 기관의 업무 특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자회사 방식을 허용했다.
그러나 자회사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관리 체계와 계약 구조는 이에 걸맞게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다. 자회사는 독립적인 경영과 책임을 요구받았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일반시방서와 과업내용서, 위탁계약 등을 통해 모기관이 업무 기준을 정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책임은 자회사에 폭넓게 부담시키는 구조가 유지됐다. 이번 평가에서 책임 전가와 인사권 침해 우려가 있는 계약 조항이 잇따라 개선 대상으로 지적된 것도 자회사 제도 도입 이후에도 계약 관행은 여전히 과거 용역계약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가단은 자회사 운영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계약 관계 역시 자회사 제도의 취지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모기관과 자회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계약 체계를 구축하고, 자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직접 개입 대신 자회사 운영 및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