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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의 무서운 진격...‘검은 신화: 오공’ 이어 대륙의 저력 증명한 ‘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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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2. 23. 13:35

손맛은 영화급, 피로도는 MMORPG급
최근 무협 게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연운'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광활한 대륙을 경공으로 누빌 때는 전율이 돋지만 어색한 번역과 시스템적 허들을 마주할 때는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무료 게임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사전예약 1000만을 돌파한 넷이즈의 야심작 '연운'은 언리얼 엔진 5프로 방대한 오픈월드와 화려한 무공을 앞세우며 출시 직후 스팀 인기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며 중국 게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 손맛 넘치는 전투와 압도적 경공
'연운'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전투의 손맛이다. 홍콩 금상장 무술 감독 둥웨이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액션은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준다. 또한 버튼을 연타하는 액션이 아니라 적의 '진기(기절 게이지)'를 깎으며 타이밍에 맞춰 패링과 회피를 섞어 쓰는 전술적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PS5 듀얼센스의 진동은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창으로 적을 도발하고 맥도로 전환해 폭발적인 딜을 넣는 연계 과정은 마치 잘 짜인 무협 영화의 합을 맞추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삼단 점프와 벽 타기, 수상비를 이용해 험준한 지형을 돌파하는 경공 시스템은 오픈월드 탐험의 스트레스를 시원한 쾌감으로 바꿔놓는다. '태극권으로 곰의 방패를 뺏는' 식의 기발한 무공 상호작용은 이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대십국 혼란기를 배경으로 한 '연운'의 세계는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발전된 AI 기술이 접목된 1만 명 이상의 NPC들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협객이 될 수도, 권모술수의 야심가가 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서사는 이 게임의 백미다.

◆ 성장을 가로막는 '돌파 시험'과 아쉬운 최적화
하지만 즐거운 탐험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가장 당혹스러운 점은 MMORPG스러운 과도한 시스템이다. 장비의 미세한 수치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재료를 관리해야 하고, 슬롯 하나하나에 자원을 투자하는 방식은 '스타일리시 액션'을 기대한 유저에게 피로감을 준다.

오픈월드 곳곳에 배치된 미니 게임(치료, 카드 배틀 등) 역시 초반엔 신선하지만, 반복될수록 보상이 미미해 숙제처럼 느껴진다. 결국 '자동 강화' 버튼에 손이 가게 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게임이 설계한 복잡한 시스템들이 얼마나 불필요하게 비대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플레이의 흐름을 끊는 운영 방식이다.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돌파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버 갱신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강제로 반복 노가다를 요구하는 구간이 발생한다. 내가 원하는 속도로 강호를 누비고 싶은데 게임이 강제로 브레이크를 거는 셈.
여기에 기술적 결함이 몰입을 방해한다. 중요한 컷신에서 음성이 나오지 않거나, 자막과 입 모양이 따로 노는 현상은 예사다. 특히 '위장을 했다'는데 캐릭터 모델링은 그대로인 어색한 상황이나, 갑자기 경공 버튼이 먹통이 되어 게임을 재접속해야 하는 버그는 수려한 그래픽이 아까울 정도의 감점 요인이다.

'연운'은 분명 매력적인 원석이다. 무협 특유의 낭만과 스타일리시한 전투를 현대적인 오픈월드에 담아내려는 야심이 돋보인다. 비록 번역의 어색함과 최적화 이슈가 발목을 잡지만, '공중을 날아다니며 화려한 무공을 뽐내고 싶다'는 무협의 근본적인 로망을 채워주기엔 충분하다.
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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