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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해킹으로 얼룩진 ‘40년’ 이동통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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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12.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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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첫 발을 내디딘 해다. 이른 바 '벽돌폰 시대'로 일컬어지는 1세대(1G) 이동통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 출범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이동통신 서비스는 40년 넘게 국민들의 일상을 함께하며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1G 상용화 5년차인 1988년, 784명에 불과했던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현재 전체 인구 수를 뛰어넘는 5800만명을 바라보는 중이다. 그 사이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후발주자격이었던 대한민국 위상도 더할 나위 없이 높아졌다. 2013년 세계 최초 LTE(4G)-A 상용화에 이어 2019년엔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얻는 데에도 성공했다. 5G 상용화 이후엔 매년 전세계 5G 속도 1위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국내외 이동통신 얼라이언스 핵심 일원으로서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동통신 강국'이란 수식어가 익숙해진지도 꽤 오래다. 올해 전례 없는 '해킹 팬데믹'을 겪기 전까진 말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전 국민의 40%에 달하는 2000만명의 가입자들이 유심을 교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동안 전국 대리점과 판매점은 유심 교체 대기 행렬이 이어지면서 소위 '유심 대란'이란 웃지 못할 현상까지 나타났다. 충격 여파가 가시기도 전 KT와 LG유플러스까지 개인정보유출 정황이 하나둘씩 확인되면서 '이동통신 강국' 위상은 결국 금이 갔다. 과거에도 사업자별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있긴 했지만, 불과 1년도 채 안 돼 통신3사 모두 해킹 사태를 겪었단 건 가히 충격적이다.

기업이 신뢰를 쌓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전세계 최고 통신기업이라고 믿어왔던 이들의 허술한 정보보안 체계는 불안감을 넘어 극심한 피로감을 야기했고, 소비자들은 최후의 수단인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알뜰폰을 제외한 통신3사가 시장 전반을 독식하고 있단 점에서 여전히 불안감과 피로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혹평도 거리낌이 없어진 지금이다.

숱한 지적과 비판 속에서 통신3사는 고개를 숙였고, 일부는 CEO 교체라는 대대적 쇄신안까지 내놨다. 수천억원대 정보보안 투자 계획도 밝혔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40년 넘는 역사를 함께 하며 신뢰가 컸던 만큼 이 정도 실망감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현재 통신3사는 세계 최초 6G 상용화와 AI 기업으로의 전환이란 중장기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6G와 AI 모두 정보보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단 점에서 불신을 키우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이동통신 역사에서 얼룩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얼룩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걷어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도 최우선 과제는 이미 정해졌다. '해킹 3사'란 오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동통신 역사를 써내려가길 기대해본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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