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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레이더의 두뇌를 외국에 맡길 건가”… ‘국방반도체 개발’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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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2. 25. 11:36

- AESA·SAR·위성통신·전술유도무기 성능 좌우… 공급망 흔들리면 전력화도 ‘스톱’
- 방사청, 국방반도체센터 추진·핵심기술 과제 착수… 남은 과제는 ‘신뢰성 인증·양산 생태계’
1225 국방반도체 AI 생성임지 v.1
국방반도체 칩 클로즈업, 반도체가 탑재되는 레이더/위성/무인기 드론의 실루엣 오버레이 합성, AI생성이미지, 구필현 기자
무기체계는 더 이상 철판과 엔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미사일의 유도·항법, 레이더의 탐지·추적, 군용 통신의 암호·복호, 드론·무인체계의 자율비행과 표적인식까지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은 반도체다.

그런데 정작 그 '두뇌'를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첨단전력화는 물론 방산수출의 지속가능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국방반도체 산업 육성을 전면에 올려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사청은 2024년 1월 '국방반도체센터' 추진단 TF를 발족하고 로드맵 수립, 과제 기획·관리, 신뢰성 평가·인증 전담조직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혁신24(정부혁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왜 '무기체계 적용'이 시급한가?
첫째, 성능이 반도체에서 결정나는 체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능동전자주사식(이하 AESA) 레이더의 송수신 모듈(RF), 무인항공기 SAR(합성개구레이더) 처리칩, 소형위성의 위성통신·우주환경 대응칩, 초소형 전술급 자이로(관성센서) 등은 "없으면 못 만드는" 부품에 가깝다. 방사청도 2025년 12월 "레이더용 고출력 RF, 우주 통신 반도체 등"을 포함한 국방반도체 과제 연구개발 착수를 공식화했다고 정책브리핑에서 밝혔다. .
둘째, 공급망 리스크가 곧 '전력화 지연'으로 직결된다. 상용 반도체는 대체재가 있지만, 군용은 다르다. 장기 단종(EOL), 수출통제, 공정 전환, 패키징·부품 변경 하나만으로도 다시 시험·인증을 해야 하고 일정이 늘어진다. 전시에 "가격이 올랐다"가 아니라 "물건이 없다"가 되면, 전력화는 그대로 멈춘다.
셋째, 수출 경쟁력의 본질이 바뀌었다. 무기를 파는 경쟁에서 이제는 '산업 패키지(현지화·MRO·부품공급망)' 경쟁으로 이동했다. 국방반도체를 자체 설계·검증·공급할 수 있어야 "끝까지 책임지는 수출국"이 된다.

어디까지 왔나… "센터 추진·핵심과제 착수"
방사청은 국방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센터 설립'과 R&D를 병행 중이다. 2025년 5월에는 '국방반도체 핵심기술개발 과제 5건'을 최초 선정하고, 이 중 4건을 연내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25년 12월에는 소형위성 위성통신 우주반도체, 전술급 자이로 센서, 무인기 SAR용 반도체칩, AESA 레이더용 반도체칩 등 과제 착수를 공개하며 "외산 기술 의존도 탈피"를 강조했다. 지난 11월에는 '2025 국방반도체 발전포럼'도 열어 정책·산업·기술 의제를 한 테이블에 올렸다.

1225 국방반도체 AESA레이더
'전투기의 눈' AESA레이더, 2022-03-04 연합
향후 개발 과제… "R&D보다 어려운 건 '인증·양산'"
남은 승부는 세 가지다.
첫째, 신뢰성·보안 인증 체계의 내재화다. 국방반도체는 온도·진동·충격·전자파·장기보관 등 극한조건에서 성능이 보장돼야 한다. '국방 전용 신뢰성 평가·인증'이 민수 방식으로는 대체되지 않는다. 센터가 전담 기능을 갖추려면, 시험 인프라와 표준(군 요구조건, 시험규격, 데이터 관리)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둘째, '설계·제조·패키징·검증' 전주기 공급망이다. 방산은 소량다품종이 많아 민수 파운드리·패키징 라인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쉽다. "필요할 때 찍어낼 수 있는" 트러스티드(Trusted) 생산·패키징 라인, 장기 단종 대응(세컨드 소스, IP 재사용, 리-스핀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셋째, 화합물·내방사선 등 특수영역의 집중 투자다. 레이더·전자전·위성은 고출력·고주파·우주환경 대응이 관건이다. 정부도 화합물 반도체 기반 과제들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방향은 잡혔다.

이제는 기술개발이 실전 배치까지 이어지도록, 소요군·체계업체·소자기업이 초기부터 공동 설계(Co-design)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국방반도체는 '있으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 전력화 속도·작전지속성·수출 신뢰도를 좌우하는 국가안보 인프라다. 무기체계의 두뇌를 스스로 설계·검증·공급할 수 있을 때, K-방산은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로 올라설 수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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