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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人] “진단은 의사가, 기록은 AI가…진료 질 높이고 치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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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12. 28. 18:00

유승찬 연세대 교수
세계 첫 진료기록시스템 '와이낫' 구축
입퇴실·응급실 등 행정시간 절반 '뚝'
"환자와 한 번 더 눈 맞출 여유 행겨"
세브란스 지능형 에이전트 실험 가속
유승찬 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유승찬 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왜 우리는 환자를 보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할까."

분초를 다투는 응급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 사이에 반복돼 온 이 질문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왔다. 유승찬 연세대학교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병원 자체 생성형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기록 모델 '와이낫(Y-Knot)'을 구축하면서다. 환자의 입·퇴실 기록을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AI가 작성해주는 시스템이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된 것은 와이낫이 세계 최초 사례다.

유 교수가 AI 진료기록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현장의 부담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그는 "의정 갈등을 겪으며 의료진의 행정·기록 부담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AI 기술이 이 짐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만큼 성숙했다고 판단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발 속도는 파격적이었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시작해 11월까지 불과 4개월 만에 실제 진료 현장에 투입됐다. 이를 위해 유 교수는 모델 개발과 임상 적용을 병렬로 진행하며 하루하루를 쪼개 썼다. 그는 "AI 성능을 무작정 끌어올리기보다 현재 구현 가능한 수준에서 임상적으로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 기술을 도입했을 때 의료진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AI가 잘못 쓸 경우 책임은 누가 질지 등 기록 오류에 대한 걱정 뿐 아니라 '의사의 권한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입 이후 두 차례 설문조사 결과, 이런 걱정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오히려 연세가 있는 의료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유 교수는 "AI가 운전(진단 및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길(기록)을 그려주면 의사가 핸들을 잡고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득을 했다"며 "과거 전자의무기록을 일일이 뒤지지 않아도 되니 진료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와이낫'은 응급실을 넘어 수술실과 입원 병동까지 병원 내 전반적인 기록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응급실 진료기록 작성 시간은 기존 69.5초에서 32초로 절반 이상 줄어들며 현장의 체감 변화를 이끌었다. 의료진들은 "이제야 환자와 눈을 한 번 더 맞출 여유가 생겼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교수는 "기록 부담이 줄어든 만큼 의사는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 전체가 공유하는 기록의 충실도와 표준화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응급실 의사가 다음 환자에게 곧바로 달려가거나, 퇴실하는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한마디 더 건넬 수 있는 시간 역시 AI가 만들어낸 변화며, 누락 없이 정돈된 기록을 통해 진료의 질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밝혔다.

'와이낫'이 꿈꾸는 미래는 단순 '기록 조수'를 넘어, 병원의 모든 진료가 세계적인 표준에 맞춰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지능형 에이전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주도해 시작한 '닥터앤서 3.0' 사업의 핵심 비전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환자 역시 자신의 진료 기록을 기반으로 AI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도 검토하고 있다. 유 교수는 "전공의들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필수 의료 인력은 줄어드는 부분들을 AI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료진에게는 지침에 충실한 '정밀한 진료'를 돕고, 환자에게는 퇴원 후에도 병원과 연결돼 있다는 '연속적 케어'의 안심을주는 것, 이것이 세브란스가 나아가는 AI 의료 혁신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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