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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내일’을 짓다, 두산아트센터 2026년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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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2. 29. 07:00

공연·전시·교육 아우르는 40여 개 프로그램으로 창작 생태계 지원
'신분류학' 주제로 한 두산인문극장부터 젊은 창작자들의 신작까지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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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갤러리 전시 전경. '두산아트랩 전시'를 통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젊은 예술가를 지원해 온 두산아트센터가 2026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공연 19편과 전시 6개, 교육과 공모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라인업은 한 해의 일정을 제시하는 동시에, 두산아트센터가 구축해 온 창작 지원 구조를 한눈에 보여준다. 공연과 전시, 교육과 공모가 병행되는 구성은 젊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다각도로 뒷받침하려는 방향성을 드러낸다.

두산아트센터는 연강홀과 Space111, 두산갤러리, Studio DAC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강홀에서는 국내 창작 연극과 뮤지컬이 중심이 되고, Space111과 두산갤러리에서는 젊은 예술가의 신작과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전시와 교육, 공모 프로그램 역시 각각의 영역에 머무르기보다, 연중 상시적으로 운영되며 창작 환경 전반을 구성한다. 2026년 프로그램은 이러한 구조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강홀의 2026년은 국내에서 이미 잘 알려진 창작 작품들로 시작된다. 토니 어워즈 6관왕이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국제 무대에서 확인시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10주년 공연으로 돌아와, 일상의 섬세한 감정을 다시 무대 위에 올린다. 이어지는 연극 '빵야'는 낡은 장총 한 자루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시간을 풀어내며, 개인의 서사와 역사적 맥락이 맞닿는 지점을 그려낸다.

하반기에는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가 무대에 오른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평범한 삶의 순간들을 조명해 온 이 작품은 대만과 홍콩 등 해외 무대에 소개되며 창작뮤지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연강홀 프로그램은 검증된 창작 작품과 최근의 흐름을 함께 배치하며, 창작뮤지컬과 연극의 현재를 조망하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Space111은 두산아트센터의 기획제작과 공모 프로그램이 집중되는 공간이다. 한 해의 문을 여는 '두산아트랩 공연 2026'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젊은 창작자 여덟 팀의 작업이 소개된다. 연극을 중심으로 다원예술과 여성국극 등 다양한 형식이 포함돼 있으며, 각 작품은 동시대적 문제의식과 창작자의 시선을 무대 위에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젊은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를 관객에게 직접 선보이는 자리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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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공연 장면. 2013년 두산아트센터 초연 이후 주목받은 작품으로, 2026년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 사진 두산아트센터
이어지는 통합기획 '두산인문극장 2026'은 '신분류학'을 주제로 삼는다. 기존의 기준과 체계를 다시 바라보려는 문제의식은 세 편의 연극으로 확장된다. 인공 신체를 통해 다시 살아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어 라이프', 새로운 교칙을 둘러싼 학생과 교사의 갈등을 다룬 '원칙', 그리고 2013년 두산아트센터 초연 이후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아온 '나는 나의 아내다'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서사를 통해 '신분류학'이라는 공통의 질문을 공유한다.

공동기획으로 선보이는 작품들도 이어진다. '99%천재일기'는 쇼트트랙 선수 '수명'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실패와 성장을 다룬 작품으로, 개인의 기록과 감정을 무대 위에 옮긴다. '경성의 고독한 미식가들'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이머시브 연극으로, 커피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비밀스러운 사건을 풀어낸다.

하반기에는 지원 창작자들의 신작이 연이어 공개된다. DAC Artist 본주의 신작은 폭력과 생존을 주제로 한 그간의 작업을 잇는 연장선에 놓인다. 극작가 이경헌은 '서재 결혼시키기', '감정 연습'에 이어 자살 사별자와 주변인을 다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선보인다. 제15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강보름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연극적 형식으로 풀어내 온 창작자로, 11월 신작을 통해 또 다른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시 프로그램은 동시대 시각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실천을 소개한다. 두산갤러리는 '두산아트랩 전시 2026'을 통해 공모로 선정된 신진 작가 다섯 명의 작업을 선보이며 한 해를 시작한다. 이어지는 2025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결과보고회와 전시 공모 기획전 '후모어스(HUMORS)'는 큐레이터의 기획 과정과 실천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상반기에는 '신분류학'을 주제로 한 두산인문극장 기획전이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고, 하반기에는 제15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정여름의 개인전이 열린다. 정여름은 난민과 이주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이동과 경계의 문제를 다뤄 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주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말에는 두산갤러리 기획전이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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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DAC에서 진행된 '아트 클래스-창작' 현장. 예술가와 참여자가 함께하는 두산아트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 사진 두산아트센터
교육 프로그램은 강연과 워크숍, 투어 등 다양한 형식으로 운영된다.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은 예술가와 함께 창작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방학 시즌에 맞춰 두 차례 진행된다. '두산인문극장 강연'은 과학과 정치, 역사와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동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분류의 관점을 제시한다. '두산아트스쿨: 미술'과 '두산아트스쿨: 공연'은 각 분야의 흐름과 현장을 소개하며, '두산아트센터 투어'는 극장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Studio DAC에서 진행되는 아트 클래스는 창작과 토크 형식으로 구성돼 참여자들이 생각을 나누는 장을 마련한다.

공모 프로그램은 이러한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는 DAC Artist, 두산아트랩 공연, 공동기획 공모를 통해 다양한 단계의 창작자를 지원한다.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해외 레지던시, 두산아트랩 전시,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이 운영되며, 신진 작가와 기획자의 활동 범위를 넓힌다. 연령과 분야별로 구성된 공모는 각기 다른 창작 환경을 고려한 지원 방식으로 이어진다.

두산아트센터는 2007년 개관 이후 젊은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 2026년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방향 위에서 공연과 전시, 교육과 공모를 통해 창작자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한 해의 프로그램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지원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며, 두산아트센터가 동시대 예술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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