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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값, 다시 묻다] 궁·능 관람료 “현실화 필요” vs “접근성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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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28. 17:00

② 궁·능 관람료 현실화의 조건
관람객 설문서 9000원대 지불 의사…국가유산청, 인상 근거·방식 놓고 의견 수렴
해외는 차등 요금..."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창덕궁 후원(부용지 권역)
창덕궁 후원(부용지 권역). /국가유산청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유료화 논쟁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궁궐과 조선왕릉, 종묘 등 국가유산 관람료 역시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2005년 이후 20년간 동결된 궁·능 관람료를 두고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문화 접근성을 해쳐선 안 된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복궁과 창덕궁 관람료는 성인 기준 3000원, 창경궁·덕수궁·종묘·조선왕릉은 1000~2000원 수준이다. 한복 착용자와 청소년·고령자,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 관람 대상이며, 외국인 관광객 역시 동일한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관람료 유지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는 관람료 현실화 논의에 힘을 싣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지난달 4대 궁궐·종묘·조선왕릉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궁·종묘 관람료로 평균 9730원, 조선왕릉은 8458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방문 경험이 없는 비관람객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응답이 나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관람료를 조정할 경우 일정 수준의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국민 정서와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공청회와 데이터 분석을 거쳐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복궁 야간관람 현장.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야간관람 현장. /국가유산청
해외 주요 문화유산과 비교하면 국내 궁·능 관람료가 낮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은 내년부터 비유럽권 관광객 입장료를 인상해 연간 수백억 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루브르박물관과 일본 히메지성 등도 외국인 대상 요금 인상이나 차등 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반면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미 문화 인프라와 관람 수요 측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단순한 요금 수준 비교보다는 국내 이용 행태와 정책 목표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궁 관람의 강점으로 꼽혀온 '낮은 진입 장벽'이 약화될 경우, 가족·단체 방문객의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관람료 인상으로 확보되는 재원이 실제로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 관람 환경 개선으로 얼마나 환원될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관람료 인상 논의가 금액 조정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왜 관람료를 올려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관람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안으로 내·외국인 요금 차등제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해외 주요 문화유산은 관광객이 많을 경우 출신지에 따라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고궁은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높은 만큼, 이러한 구조를 반영한 요금 체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궁·능 관람료 논의는 단순히 얼마를 더 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하고 사회적으로 분담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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