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력·플랫폼 중심 군에서 AI·데이터·유무인 복합군으로 대전환
- ‘전쟁체계 혁신’… K-방산 구조 재편까지 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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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혁신 4.0의 본질은 단순한 무기 현대화가 아니다. 전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방대한 감시·정찰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지휘관의 결심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 개편이다. AI는 표적 식별과 위협 우선순위 판단을 보조하고, 인간은 최종 결심과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지휘체계 자체가 재설계된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가 전투력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센서-결심-타격"… 전장의 시간 개념이 바뀐다
2026년 이후 한국군 전력 구조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다. 전투기·전차·함정이 드론, 무인지상차량, 무인수상정과 하나의 팀을 이뤄 작전하는 방식이 본격화된다. 감시·정찰, 표적 획득, 타격, 피해 평가까지 전 과정이 단절 없이 연결된다.
능동 전자 주사식 위상 배열 (AESA) 레이더와 군 정찰위성, 전장 곳곳에 배치된 무인 센서가 수집한 정보는 AI 기반 지휘통제 및 정보체계 (C4ISR) 체계로 실시간 집결된다. 과거에는 '발견→보고→판단→지시→타격'에 수십 분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이 과정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병력 규모나 화력의 총량이 아니라, '결심에 걸리는 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현대전은 누가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하고, 먼저 타격하느냐의 싸움"이라며 "국방혁신 4.0은 전쟁의 시간표 자체를 다시 쓰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방위력개선비 19조9천억원… '미래 전쟁 준비'에 방점
이 같은 전환은 예산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26년 방위력개선비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19조9,653억원으로 확정됐다.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안위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자주국방' 구현에 초점이 맞춰졌다.
투자의 최우선 순위는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다. 킬체인 전력에 5조2,639억원, 한국형 미사일방어 전력에 1조8,126억원, 대량응징보복 전력에 7,121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감시·정찰·지휘통제 기반 전력에도 1조501억원이 배정됐다.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동시에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전력도 대폭 확대된다. 소형 무인기, 무인센서, 자동화된 지휘·통제 시스템이 기존 전력과 결합되며, 한국군의 작전 개념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 본격화된다.
"50만 드론전사" 현실화… AI 과학기술 강군으로
현대전에서 AI와 드론이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만큼, 인력 양성에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국방부는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2025년 20억원에서 2026년 33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전 장병이 주둔지 내에서 드론 비행기술을 숙달하고, 필요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훈련 환경이 조성된다.
교육용 상용드론 1만1,265대의 구매 단가를 현실화하고,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물적 피해에 대비한 보험료도 추가 반영됐다. 군은 보안성과 기술력이 검증된 국산 드론을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구축해, 단순 체험이 아닌 '전투에 바로 쓰이는 숙련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에 민간의 첨단 AI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는 범정부 사업인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지원사업 (AX-SPRINT)'의 국방 분야 적용 예산 350억원과, 민·군 AI 협력을 위한 군·산·학 협력센터 구축 예산 195억원도 신규 반영됐다. 국방 AI 대전환을 위한 제도적·인프라적 기반을 동시에 깔겠다는 의미다.
K-방산의 구조 전환… "플랫폼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방혁신 4.0은 군 내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구현하는 K-방산 역시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에는 완성도 높은 무기 플랫폼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 링크, 사이버 방어까지 포함한 '전쟁 패키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수요국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군 구조 전환과 작전 개념 변화까지 함께 설계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 이는 K-방산에 위기이자 기회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에 맞는 획득·인증 제도와 지속적 성능개량을 전제로 한 조달 방식은 아직 과도기다.
"기술은 앞서가지만, 제도는 시험대"
한국은 반도체·AI·IT 산업 기반과 실전형 무기 개발 경험을 동시에 갖춘 드문 국가다. 국방혁신 4.0은 이 강점을 결집해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그러나 제도적 과제도 분명하다.
군사 보안과 민간 기술 협력 간의 충돌,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의 인증 기준, 빠른 기술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획득 절차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군 안팎에서는 "2026년은 기술보다 제도가 시험대에 오르는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넘지 못하면, 국방혁신 4.0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2026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해
2026년 국방혁신 4.0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 전쟁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 군의 구조와 산업의 역할도 함께 바뀐다. AI·무인·데이터로 대표되는 이 전환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를 넘어, 전쟁 수행 체계를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2026년, 그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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