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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은 씨앗이 바꾸는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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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9. 18:07

양주필원장님 (1)
양주필 국립종자원장
2040년의 한 딸기 생산 농장, 10미터 높이의 수직농장을 초소형 드론 떼가 꿀벌을 대신해 꽃가루를 나르고, 스파이더 로봇이 농장을 오르내리며 비전 AI로 딸기 색, 크기 및 맛을 분석해 수확한다.

수확된 딸기는 자동컨베이어와 무인 포장 공정을 거쳐, 하이퍼 튜브 물류망을 통해 도심 소비자에게 초고속 전송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AI에 의해 제어된다.

우리가 상상한 미래 농장에서 AI와 로봇이 작물 재배와 농작업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딸기 생산의 출발점인 종자만큼은 대체할 수 없다.

종자는 농업 생산의 출발점이자,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이 집약된 핵심 전략 자산이다. 우수한 종자 없이는 스마트농업도, 기후위기 대응도 실현될 수 없다. 종자산업의 경쟁력이 곧 농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이유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 바로 식물신품종보호제도이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에 식물신품종보호제도가 도입된 이후, 육종가의 권리가 제도적 보호를 받게 되면서 종자산업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제도 시행 이후 2025년 12월 15일 기준, 누적 출원 건수는 약 1만 4천 건, 등록 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섰고, 장미, 고추, 벼, 수박 등 112개 작물로 신품종 개발이 확대됐다.

전통 교배 육종으로 시작된 품종개발에 분자표지를 이용한 선발 및 유전자 교정 기술 등이 도입되고 종자업체 등의 품종개발이 증가하면서 전체 품종출원 건수의 절반을 민간이 차지하게 됐다.

이 결과 겨울철 이상기후에 대응한 산타꿀 수박과 같은 우수품종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산타꿀 수박은 국내 겨울수박 시장의 5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보여 올해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최근 국립종자원이 주관한 국제 심포지엄과 전문가 포럼에서도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디지털 육종, 유전자 분석 기술 활용 등이 미래 종자산업의 핵심 과제로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는 종자산업이 단순한 식량 생산의 수단을 넘어, 기술과 데이터, 지식재산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은 단순한 생산 중심 구조를 넘어 수익성과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 농촌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소비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자 단계에서부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수적이다.

고온과 가뭄 등 극한 환경에 강한 품종, 기능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갖춘 고품질 종자는 농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국립종자원은 새로운 육종기술 등을 통해 개발된 고품질 종자의 가치를 지키고 키우는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 신품종 심사기술과 기반시설을 고도화하고, 공정하고 과학적인 심사를 통해 종자산업의 신뢰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

아울러 한·중·일을 비롯한 국제 심사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 종자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

종자에 대한 투자는 곧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이제 종자산업은 식량안보와 농업 발전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책임지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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