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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훔친 웰시코기, 거실 TV·콘솔 패키지로…‘마이 리틀 퍼피’ 전방위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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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2. 29. 14:17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강아지가 마중을 나온다"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스팀(Steam)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97%)'을 달성한 게임, '마이 리틀 퍼피(My Little Puppy)'가 PC 모니터를 넘어 거실 TV와 오프라인 매장으로 영토를 확장한다.

최근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드림모션은 LG전자와 손잡고 웹OS(webOS) 기반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유통 공룡 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I&C)와 콘솔 패키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의 자회사로서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드림모션의 이준영 대표에게 이번 파트너십의 배경과 개발사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드림모션 '이준영'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 "디지털로는 부족했다"...신세계I&C와 손잡고 '추억'을 패키지에 담다
지난 18일 발표된 신세계I&C와의 콘솔 패키지 독점 계약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게임 전문 퍼블리셔가 아닌 유통 대기업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결정이 팬들의 요청과 신세계 측의 적극적인 제안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준영 대표는 "PC 버전 최초 공개 시점부터 유저 분들의 콘솔 버전 출시 요청이 정말 많았던 터라 2026년 중 출시를 목표로 준비해왔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패키지 버전은 출시하는데 여러모로 공수가 많이 들어가 사실 처음에는 디지털 버전 출시만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변곡점은 신세계I&C의 등장이다. 이준영 대표는 "신세계I&C에서 좋은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제안을 주셔서 콘솔 패키지 버전도 함께 출시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다"며 "신세계I&C가 콘솔 패키지 제작 및 출시 경험이 풍부한 전문 회사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유저들이 원했던 '콘솔 실물 특전'이 포함된 패키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고 밝혔다.

양사는 현재 단순한 게임 유통을 넘어, 소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패키지 구성을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신세계I&C가 가진 풍부한 글로벌 유통망 경험이 더해진다면, 마이 리틀 퍼피에 대한 관심과 판매량 증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패키지 구성 단계인데 적극적으로 협업해 좋은 상품으로 출시하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보는 게임'의 역설..."피, 땀, 눈물 서린 세상, 직접 경험해 주시길"
'마이 리틀 퍼피'는 출시 직후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방송을 보며 함께 울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이준영 대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싱글 플레이 게임'의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게임을 직접 구매하기보다 방송으로 시청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영 대표는 "이 정도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스트리머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도 "반복 플레이 요소가 없는 스토리 베이스 게임이라 그런지 방송으로 보기만 하고 정작 구매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의 차이를 강조하며 유저들에게 진심 어린 호소를 전했다. "개발팀 모두의 피, 땀, 눈물이 서린 게임 속 세상과 수많은 강아지들의 디테일은 직접 플레이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꼭 게임을 구매해 직접 플레이해보시면 좋겠다. 그래야 DLC를 포함해 언젠가 이런 게임을 또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내년 1월 6일까지 스팀 겨울 할인으로 30% 할인을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멘트와 함께 웃음 섞인 당부를 잊지 않았다.

◆ "작은 존재에게 주는 사랑"...드림모션이 그리는 위로의 방식
이준영 대표가 판매량이나 플랫폼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게임이 가진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마이 리틀 퍼피'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세상 작은 것들에게 마음 한 조각 떼어주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우리가 만든 이야기를 통해 강아지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길 바랐다"며 "반려견과 이별했거나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게임으로 오래도록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 '힐링' 전문? 드림모션의 본질은 '장르 불문 고품질 재미'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드림모션은 크래프톤 내에서 '따뜻한 감성'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준영 대표는 이러한 이미지는 드림모션의 일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준영 대표는 "마이 리틀 퍼피가 화제가 되면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지만, 사실 드림모션은 이전까지만 해도 2차 세계대전, 사무라이 등 따뜻한 감성과는 거리가 먼 소재의 게임을 개발해왔다"며 웃었다.

이어서 그는 드림모션의 진짜 정체성에 대해 "장르와 플랫폼에 상관없이 핵심 재미에 집중한 고품질의 게임을 누구보다 빠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의의이자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에 대한 힌트도 남겼다. 이 대표는 "차기작은 마이 리틀 퍼피와는 아예 다른 게임이 될 수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크래프톤의 울타리 내에서 그저 그런 뻔한 게임이 아닌, 참신하고 재미있는 고품질의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팀에서의 호평을 시작으로 LG전자 TV 플랫폼 탑재 그리고 신세계I&C와의 패키지 유통 계약까지. 무지개 다리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는 웰시코기 '봉구'의 여정은 이제 막 전 세계, 전 플랫폼을 향한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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