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입 반복되는 국정원…독립성 시급
"외부 통제, 국정원장 임기제 도입 필요"
"강한 비밀성, 권한 견제로 민주주의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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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권력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정원장은 물론 그 산하의 직원들도 함께 '물갈이'되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 1999년 설립 이후 지난 27년 동안 국정원이 여론조작이나 사건 은폐, 불법 도청, 사찰 등에 동원된 사건이 매 정부마다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전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조태용 전 원장도 현재 정치 관여와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정권의 국정원 '사유화'로 국민 기본권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조지훈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2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안으로 외부 통제, 국정원장 임기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민변을 포함한 7개 시민단체는 '국정원감시네트워크'를 결성해 정보기관의 권한남용과 인권침해를 비판해 왔다. 조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은 단순한 '조직 개선'이 아닌 민주주의 안전장치"라며 "국가안보 역량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나.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비밀 정보기관이라는 본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정원 역사에서 보듯이 국내에서의 정치·언론·사법·노동·학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불법·권한남용의 문제도 반복돼 왔다. 최근에는 초국가범죄, 대테러, 우주정보, 사이버안보, 국가핵심기술 보호 등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국정원의 활동영역이 이렇게 계속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거 반복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는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가.
"국정원은 국가 비밀 정보기관임에도 내국인에 대한 정보(공작)활동까지 할 수 있었고, 이는 정치개입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당시 국내 정보관제 폐지,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일정한 제도 개혁은 이뤘다. 그러나 12·3 내란 사태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금의 상황은 다시금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되돌아보게 된다."
-국정원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좁히고, 외부 통제 실질화, 국정원장 임기제 도입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국정원을 대외(대북 포함) 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또 국회 정보위만으로는 견제가 제한되므로, 외부 감독·통제를 위한 국회 소속 '전문가형 정보기관 감독기구' 혹은 대통령 소속 '정보감찰관'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 개인의 의중에 종속되지 않도록 국정원장 임기제(최소 2년 이상 보장)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법 제2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는 규정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해당 규정에 대해서는 국가 비밀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측면에서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삭제 주장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정보기관이 행정부에 속하는 이상, 완전한 '무(無)지휘' 상태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지휘 범위를 '일반적 정책 수준'으로 한정하거나, 지시를 문서화하고 사후에 독립적인 감찰기구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에 대해 현행 법체계는 충분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보는지.
"정치관여 금지 규정(국정원법 제11조)으로 처벌 가능한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전 단계인 정보수집·대응방향 제안 등은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법이 허용한 직무범위를 넘어선 정보수집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두자는 개선안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수사·감찰이 실질화되려면 은폐·방해를 축소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정원법 제14조는 국정원장이 소속직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직무상 기밀 누설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수사중지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유와 절차를 더욱 엄격히 하고, 나아가 공수처 등 특별수사기관에 대해서는 이러한 요청 자체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국회 정보위원회의 통제는 충분하다고 보는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정보위원의 사실 확인이 어렵고, 보좌관 배석도 불가능하며, 자료접근권 또한 제약이 너무 크다. 이로 인해 국회 정보위의 감독 기능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정보위 회의가 원칙적으로 비공개여서, 법령 심사나 개정 논의조차 비공개가 되는 과도한 비밀주의가 전횡을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를 비공개로 엄격히 한정하고, 나머지는 공개를 원칙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나아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회 소속의 독립적 정보감독위원회 제도 신설이 요구된다."
-국정원장 임명 절차와 임기에 대한 개편으로는 어떤 방안이 적절한가.
"국정원장은 대통령 신임에 따라 절대적으로 좌우되고,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개인의 의중까지 의식하는 경우도 많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보완책으로 임기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임기제와 함께 국회의 실질적 검증(인사청문 내실화 등)이 결합돼 하고, 중대한 위법·부당 행위가 있을 시 해임 요건을 법률로 명확히 하며, 사후 통제장치(감찰·국회보고 등)가 마련돼야 한다."
-국정원장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통제 방안인가.
"탄핵은 '최후 수단'으로서 상징성과 억지 효과는 있다. 하지만 국가 비밀 정보기관 특성상 비밀성·밀행성이 강하고, 조직 차원의 은폐·증거인멸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탄핵으로 상시적 통제가 충분해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외부 감독기구(전문가형 감독기구·정보감찰관) 신설, 국회의 자료요구권 강화,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 등 일상적·구조적 통제장치를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국정원장 자리에는 어떤 자질을 갖춘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보는지.
"정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은 정치적 중립을 제도와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국정원장에 임명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정원은 '정권안보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탈정치·탈권력화를 지속적으로 견지해 나가야 할 시기다. 국정원장은 법치·인권·민주적 통제 등 헌법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 감사·감찰·국회 통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태도와 관점, 조직 내부에 위법·부당한 지시가 끼어들 틈 없도록 하는 조직문화 형성 등이 기본 자질로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이유는.
"정보기관이 본질적으로 강한 비밀성과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권한이 국내 정치로 유입될 때 민주주의를 직접 훼손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에 대한 개혁이 단순한 '조직 개선'이 아니라 민주주의 안전장치다. 또한 국내 기능을 함께 가진 상태에서는 해외정보 수집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국가안보 역량의 정상화 방안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외 전문 국가 비밀 정보기관, 즉 대외 정보를 중심으로 국가안보·이익을 뒷받침하되, 국내 정치·사회 현안에는 개입하지 않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