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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뮤지컬은 공연법과 문화예술진흥 관련 제도 안에서 간접적으로 다뤄져 왔다. 장르적 특성과 산업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제작과 투자, 인력 양성, 지식재산권 보호,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전반을 하나의 체계로 묶기 어려웠던 이유다. 2022년 공연법 개정으로 '뮤지컬'이 독립 장르로 명시되긴 했지만, 산업 육성을 위한 실질적 장치는 여전히 미완 상태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김승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뮤지컬 산업 진흥법'이다. 법안은 뮤지컬을 독자적인 문화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5년 주기의 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과 온라인 공연 활성화,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관련 행사와 축제 지원, 전담기관 지정 등도 포함됐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중장기 산업 정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주목할 대목은 이 법이 '지원 확대'에만 방점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뮤지컬 현장은 제작비 급등, 투자 회수 구조의 불안정, 인력의 단기 소모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성장해왔다. 흥행 실패의 위험은 민간이 고스란히 떠안는 반면, 산업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조정할 공적 장치는 부족했다. 법 제정은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최소한의 안전망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가깝다.
현장에서는 이미 제도적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창작진과 제작사들은 인력 양성과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공공 지원 체계가 분산돼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공모 사업은 단기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작품이 성장 단계로 넘어갈수록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산업 차원의 데이터 축적과 정책 연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제작사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김승수 의원이 언급했듯 내년은 한국 뮤지컬 60주년이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0주년을 맞는 해다. 상징적 시점이지만, 단순한 기념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금, 뮤지컬 역시 산업적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성장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산업 규모에 걸맞은 법과 정책 없이 성장만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뮤지컬 산업 진흥법은 특혜가 아니라, 뒤늦게 마련되는 최소한의 제도적 토대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게 막이 오르지만, 제도 안에서는 아직 대기 상태인 뮤지컬 산업의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