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수상작 '파더…', 가족 속살 파헤쳐
칸 경쟁 부문 초청작 '누벨바그', '네 멋대로 해라'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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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족이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 제목만 보면 세밑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겹고 훈훈한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지레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보고 나서는 당혹스럽고 살짝 찜찜해진다. 부모와 자식, 자매끼리도 자신의 속내와 본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에서 그동안 우리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품어왔던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장성한 남매 '제프'(애덤 드라이버)와 '에밀리'는 미국 뉴저지주의 외딴 집에 홀로 궁상맞게 사는 아버지(톰 웨이츠)를 만나러 간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들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지고, 아버지는 자식들이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어디론가 외출한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주택에 거주하는 어머니(샬럿 램플링)는 두 딸 '티모시'(케이트 블란쳇)와 '릴리스'(비키 크리프스)를 위해 매년 티타임을 마련한다. 두 딸은 어머니의 정성에 겉으론 감탄하고 고마워하는 척하지만, 한 시라도 빨리 집을 떠날 생각에 빠져 있다. 쌍둥이 남매 '스카이'(루카 사바트)와 '빌리'(인디아 무어)는 비행기 사고로 숨진 부모의 유품을 챙기러 가족이 함께 살던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세 개의 에피소드를 병렬식으로 엮은 '파더…'는 무심한 듯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의 속살을 파헤치고 또 어루만진다. '커피와 담배' '다운 바이 로' '천국보다 낯선'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독립 영화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은 이 과정에 특유의 담백한 유머를 얹어 관객들의 무장 해제를 유도한다. 극장 문을 나설 때 씁쓸한 여운이 남지만 입가에 왠지 모를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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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인물들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 바그'(Nouvelle Vague)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누벨 바그'는 1960년대 세계 영화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영화 운동으로, 문학적 전통의 계승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날 것 그대로의 영화를 주창했다.
우리에게 '비포' 삼부작으로 익숙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누벨 바그'의 이 같은 정신을 사료 혹은 영화학도들을 위한 교재로 남기려 한 듯 싶다. 관객들의 선입견이 전혀 없을 무명의 배우들을 기용해 이미 고인이 된 주요 인물들을 가로 세로 4 대 3 비율의 흑백 화면에 되살려내는 방식으로 리얼리티 구현에 온힘을 바친다. 마치 한 편의 메이킹 필름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촬영 시점이 헷갈리는 수준까지 이른다.
또 프랑수아 트뤼포와 클로드 샤브롤 등 고다르와 함께 '누벨 바그'를 이끌었던 명감독들의 뜬금없는 가세는 웃음과 향수를 동시에 자아낸다.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