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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美 국가안보전략서(NSS) 심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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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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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병오년(丙午年)이 밝았지만, 세모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건조 중인 핵잠수함(SSBN) 공개, 중국의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 소식 등으로 한반도 안보정세는 무겁다. 이런 중에 지난해 12월 백악관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국가안보전략서(NSS)를 발표했다. 1, 2장에는 미국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와 목표를, 제3장에서는 가용수단들을 그리고 4장에서는 각 지역에 대한 전략을 정리했다. 최강국 미국의 전략서는 모든 나라들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문건인데, 이번엔 내용과 표현이 사뭇 달랐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노골적·직설적으로 담아냈고, 시종일관 '미국 국익'을 중심에 둔 논리를 펼쳤다.

◇최고의 가치, 목표, 가용수단 그리고 원칙

NSS가 '가장 부강한 미국'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한 것은 당연했지만, "2차대전 후 지도층들은 세계의 부담을 짊어지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는 틀린 판단을 했다"라고 평가하고, "자유무역이 미 산업을 허물었고 동맹국들은 안보비용을 미국에 떠넘기거나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아닌 분쟁에 미국을 끌어들였다"며 진한 '거래적 동맹관'을 쏟아냈다.

가치 판단하에서 NSS는 미국이 추구해야 할 목표로 미국의 생존과 안전, 외부 위협·불공정 무역·문화 침투 불식, 전쟁을 억제하는 최강의 군사력, 최강의 핵무력과 차세대 미사일 방어 역량, 최강의 역동적인 경제, 최강의 산업 기반 및 에너지 역량, 최고의 과학기술 역량과 소프트 파워 등을 들었다. 미국의 최상위 핵심 이익으로는 서반구, 즉 남북미와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인도-태평양에서의 자유항행 및 보급망 보호, 유럽의 서방 문명 정체성 회복 및 홀로서기, 적대세력에 의한 중동 에너지 지배 배제, 미국의 첨단 과학 주도권 등을 적시했다. 그러고는 미국의 정치체제, 세계 최대의 혁신적 경제, 재정금융 주도권, 최강의 기술력과 군사력, 동맹 네트워크, 외부 침략을 막는 양대 해양과 풍부한 자연 자원을 가진 축복받은 국토 조건, 무적의 소프트 파워, 미국 국민의 용기와 애국심 등을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열거했다.

그러고는 10대 원칙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이제부터 미국의 핵심적 안보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경제력·기술력·문화적 건강성에 기반하는 '힘을 통한 평화', 해외 사태에 대한 비개입 우선, 미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외국의 검열이나 이민정책에 대한 외부 간섭 배제, 미 이익을 침해하는 지배적인 적대세력의 등장 거부, 동맹국들의 더 많은 국방비 부담 등이 포함됐다.

◇지역별 전략: 경제안보와 군사위협 억제

NSS는 서반부에 대해서는 '규합과 확대를 통한 지배력 유지'를 천명하고 이를 '먼로 독트린의 트럼프식 귀결'이라고 칭했다. 즉, 외부 세력의 위협과 군사력이나 전략적 자산의 존재를 불허한다고 천명하면서 전략적 거점 확보, 해양안보, 대량 이민 방지, 마약 등 범죄조직 퇴치 협력, 보급망 유지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역내 우방국들을 규합하고, 새로운 파트너들을 발굴하여 우호세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역내의 위급한 위협 대처, 불법 이민·마약·인신매매 차단, 해로 보호 등을 위해서는 군사력 재배치도 불사한다고 했다.

아시아에 대한 전략으로는 '힘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경제 선도'와 '군사위협 억제'를 꼽았다. NSS는 중국을 개방경제로 영입하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로 편입될 것이라는 지난 30년의 잘못된 가정을 비판하면서, 대중(對中) 무역 불균형 해소, 전쟁억제를 통한 경제안보, 동맹국들과의 협력 등을 제시했다. 또한 사실상 중국을 지목하면서 국가 주도형 약탈적 산업육성, 불공정 무역, 미국 산업의 공동화, 지적재산권 절취, 희토류 등 자원에 대한 접근권 차단, 펜타닐 전구물질 수출 등을 척결하겠다고 했으며, 유럽,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동맹국에는 현 무역적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군사위협의 억제와 관련해서는 대만에 대한 지금까지의 선언적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하면서, 재래군사력 우위를 통해 제2도련선의 접근로이자 세계 해상수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을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동맹국들의 더 큰 비용 부담과 역할을 주문했다. 경쟁 세력이 남중국해를 통제할 잠재력을 갖는 것도 미국의 이익에 대한 심대한 침해이므로, 개방된 해상수송 유지를 위해서는 강력한 억제 조치들이 강구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유럽 전략의 골자는 유럽의 정체성 회복 및 홀로서기를 독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SS는 유럽의 경제력 비중 감소, 유럽 문명 소멸, 방만한 이민 수용 등으로 이대로 가면 20년 이내 유럽의 정체성은 소멸할 것으로 개탄하면서, 유럽에 유럽-러시아 간 전략적 안정성, 각국이 책임을 다하는 주권국의 연합체로서의 유럽의 홀로서기, 미 상품에 대한 유럽 시장 개방 및 미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나토가 계속 확장되는 동맹이라는 인식의 종식 등을 요구했다. "수십 년 이내에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비유럽인이 과반수인 나라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유럽의 개방적 이민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였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언급했는데, 골자는 '부담 덜기와 평화 만들기'였다. 미국의 석유 증산, 트럼프 행정부의 걸프 외교와 이스라엘 정책에 힘입은 미국의 입지 강화 등으로 중동의 전략적 가치는 감소했다고 평가한 후, 적대세력에 의한 중동 에너지 및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수송로 통제, 테러의 온상화 등의 방지와 이스라엘의 건재와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에 방점을 두되, 장기적인 개입은 줄이겠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주의 이념 확산 정책을 포기하고 선별적 개입을 통해 자원 확보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에서의 함의

이렇듯 이번 NSS에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사랑해 온 '자유민주주의·인권을 수호하는 엉클 샘'의 모습이 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 세력 또는 경쟁 세력으로 적시하지도 않았으며, 중국에 대해서는 주로 불공정 무역과 약탈적 경제정책 문제를 다루었다. 한국이 기대하는 연합방위·확장억제 강화 등도 통째로 빠졌으며, 북핵이나 북한 위협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한국은 동맹국에 더 많은 국방비 부담과 공정 무역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세 번 언급되었을 뿐이다. 결국 이번 NSS는 'America First,'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리고 'MASA(미국을 다시 안전하게)'의 결정판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많은 대응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지났다"라는 야속한 선언을 보면서 미 연합방위·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홀로 대응하기에는 벅찬 근공(近攻)들에 둘러싸인 한국에 있어 한미동맹이라는 원교(遠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별로 없기에 '변화하는 미국'을 뉴 노멀로 받아들이면서 동맹이 안보의 축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관세·투자·동맹현대화를 둘러싼 한미 협상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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