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가동해야" "갈등 조장 우려"
전문가 "국회 본래 기능 회복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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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는 세대·젠더·정치진영 부문에서 '갈등 조장자' 역할을 자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개혁으로 청년·기성세대 간, 주52시간제로 노사 간,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남녀 간 젠더갈등, 검찰·사법개혁으로 법조계 갈등과 삼권분립의 존치 등 문제가 뜨거웠으나 국회는 이를 '네 탓 공방' 정쟁으로 사용했을 뿐 '해결사' 역할은 부재했다.
신년마다 거론됐다 묻히고 마는 '개헌론'이 올해에는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행 헌법체계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구조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여야 모두 1987년 해묵은 헌법체제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실제 입법 로드맵은 부재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수 차례 개헌을 거론했고, 취임 이후에도 국정과제 1호 과제로 개헌을 제시한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최근 호남을 찾아 "대통령임기 5년, 너무 짧다"고 발언해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위기 속 국정 2인자가 '명비어천가', '개헌빌드업'을 반복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국민 가슴에 못 박는 극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지선 전 4년 연임제를 기반으로 한 개헌 추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야권의 '장기집권 프레임' 공세를 대비하지 않을 순 없는 실정이다.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우 의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개헌특위 논의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주길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당이 추진하고 있는 3대(사법·검찰·언론)개혁과 3대(내란·김건희·채상병)특검으로 여야가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이 모든 이슈를 흡수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내란이나 사법·검찰개혁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3대개혁 완수는 타협 불가한 시대정신"이라며 "개헌 논의는 이 과제들이 매듭지어질 때가 적기"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사회적 합의 없는 개헌논의는 되레 정치적 갈등 확산 프레임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포함한 헌법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정치 보복 논란, 사법 이슈가 맞물린 상황에서 선거 국면의 쟁점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국회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수록 개헌 논의는 물론 경제·민생 입법 역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헌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국정 전반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다른 현안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며 "다수당과 소수당의 극한 대치 구도에서는 개헌이나 민생 입법 모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개헌 모두 구조적 협치 없이는 진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