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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 마케팅 중심에는 지난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 통신3사 '해킹 사태'가 자리합니다. 4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까지 잇따라 가입자 개인정보유출 사실이 드러났죠. 각 사 수장들까지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물밑에선 가입자를 지키고 뺏으려는 마케팅 경쟁이 벌어져왔습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고 직후에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일부 판매 채널에서 이를 겨냥한 가입자 유치 활동을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죠. 당시 한 대리점에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치 번호이동을 권고한 듯한 홍보 문구까지 내걸면서 사업자 간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새해 비방 마케팅 타깃은 KT입니다. 개인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말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KT에서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넘어간 가입자가 13만명을 넘어섰습니다. KT가 위약금 면제 기간으로 설정한 오는 13일까지 일주일 가량 남겨둔 만큼 이탈 가입자가 20만명을 웃돌 것이란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이 역시 수십만원대 지원금을 앞세운 경쟁사들의 영업활동이 주효하게 작용한 결과죠.
다만 지원금 규모와 별도로 KT를 비방하는 방식의 영업활동이 시작되면서 업계 기류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일례로 최근 KT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의 영업활동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요청하기도 했죠. SK텔레콤의 경우 일찍부터 판매 채널에 비방 마케팅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지만, 대리점만 수천곳에 달하는 만큼 관리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공문 조치도 사실상 권고 사항인 만큼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 산업이란 점에 비춰보면 사업자 간 비방 마케팅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타깃만 바뀔 뿐 각 사 모두 전력이 있단 점이죠. 불과 10여년 전에는 일부 사업자들이 경쟁사 판매 채널을 감시하는 이른바 '파파라치'까지 운영하며 서로를 물고 뜯는 경쟁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통신업계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자들도 해킹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죠. 계속되는 비방 마케팅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의 손가락질이 언제든 자신을 겨냥할 수 있다는 건 수많은 전례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