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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쿠팡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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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13. 17:41

-쿠팡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벌은 과징금 인상·불매운동이 아니라 정책 구조를 바로잡는 것
-대규모 투자로 자체 물류망, 빠른 배송, 간편한 반품, IT 기반 운영 효율 등을 구축한 동시에 유통·물류 정책의 허점을 파고든 덕분에 쿠팡이 성공
-정부가 전통시장 보호 명분으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가하자, 물류 역량을 갖추고도 심야·새벽 배송을 할 수 없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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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쿠팡은 개인정보 침해 사건 이후 사과문을 발표했고, 경영진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사고 경위에 대한 질의도 받았다. 이후 관계 부처 차원의 조사와 제도적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이 책임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거나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형식적인 입장 표명은 있었지만, 재발 방지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와 정부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사태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 때문에 쿠팡의 기업 윤리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쿠팡의 태도는 오만이라기보다 계산에 가깝다. 개인정보 침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쿠팡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리고 이 기대는 쿠팡만의 착각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태도만을 비난하는 것은 공허한 도덕적 비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쿠팡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자체 물류망, 빠른 배송, 간편한 반품, IT 기반 운영 효율 등 쿠팡은 한국 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운이나 규제 회피의 산물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와 실행을 통해 축적된 성과다. 문제는 이 경쟁력이 형성된 배경이다. 쿠팡의 성장은 우리 사회가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 온 유통·물류 정책의 허점과 맞물려 있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대형마트 규제다. 정부는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도입하며 오프라인 유통을 직접 규제해 왔다. 그 결과 대형마트의 심야·새벽 배송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대형마트가 쿠팡과 유사한 물류 역량을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동시에 비교한다.

그럼에도 규제는 오프라인에만 적용되었고, 주말과 야간의 소비 수요는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여러 실증 연구가 보여주듯,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 대신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만 높아졌다.

정책 설계의 방향성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의 유통·물류 정책은 대형 사업자를 규제함으로써 소규모 사업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효율을 창출하는 산업에서, 정책은 소규모 사업자의 생존만을 전제로 설계되었을 뿐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유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시장에는 쿠팡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가 아니라, 영구적인 보호를 전제로 한 사업자만 남았다.

둘째는 기존 택배 산업의 구조다.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택배기사에게 지역별로 사실상 독점적인 배송 구역을 배정하고, 이를 특수고용 형태로 운영해 왔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비용 통제에는 유리했지만, 배송 시간의 다양화나 새벽배송과 같은 서비스 혁신에는 취약했다. 정부는 이 구조적 한계를 오랫동안 방치했고, 그 사이 기존 유통·물류 산업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점점 뒤처졌다. 쿠팡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어 물류와 배송을 직접 통합함으로써 독주할 수 있었다.

결국 쿠팡은 규제를 피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규제가 경쟁자를 약화시키는 동안 성장했다. 대형마트는 규제로 발이 묶였고, 기존 택배사는 경직된 고용·지역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혁신의 보상인 동시에 정책 비대칭의 산물이다. 쿠팡의 현재 태도 역시 이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새벽배송은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대체재가 아니다.

따라서 쿠팡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벌'하는 방법은 과징금을 올리거나 일시적인 불매운동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쿠팡의 태도를 가능하게 만든 정책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대형마트 규제를 시대 변화에 맞게 재설계해 오프라인 유통이 다시 물류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택배 산업의 지역 독점과 특수고용 구조에도 경쟁과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경쟁의 조건이 복원될 때, 1인당 5만원짜리 보상 바우처를 만지작거리는 쿠팡의 태도 역시 비로소 달라질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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