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로 연 4조원 지출…보험료 부담”
정기석 “과학과 법의 괴리…진리는 언젠가 인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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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겠다"며 "의료계·법조계·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상고 이유를 치밀하게 구성해 법원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상고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독성을 의료적으로 진단받은 사례와, 흡연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판례라는 장벽이 있지만, 논리 하나하나를 쌓아 제대로 싸워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박해빈·권순민·이경훈)는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단이 항소를 제기한 지 5년 만이자, 2014년 첫 소송 제기 이후 12년 만에 나온 항소심 결론이다. 손해배상액은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지급한 진료비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자로서의 의무 이행일 뿐,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로 공단의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흡연과 폐암 등 질병 발생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 역시 통계적 연구만으로는 특정 개인에 대한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린다는 것은 과학적 진실을 넘어선 사실에 가깝다"며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넘어 비참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는 반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병실에서 고통받고 있다. 1년에 폐암 환자가 4만명 이상 발생하고 2만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법원이 여전히 유보적으로 보는 것이 비통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담배로 인해 공단이 매년 4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 비용이 없다면 건강보험료를 매년 4%씩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에 명시된 건강추구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판결은 아쉽지만 진리는 언젠가 인정될 것"이라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