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은 수십조 매출 '교판기업' 운영 통해 재정 마련
국립대에 교육예산 몰아주고, 사립대는 등록금·수익사업 자율화 통해 무한경쟁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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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한국이 대학을 '평등 교육'과 '공공복지'의 틀 속에서 다뤄온 반면, 중국 대학은 어떻게 재원을 만들고 이를 연구에 재투자할 것인가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고민해 왔다.
베이징대 경영대가 거액의 민간 기금을 받아들이며 독립적 재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상징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학 운영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대학 상업화'로 치부하면서, 민간 재원이 대학의 기금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대학이 지주 구조를 통해 수십조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을 운영하고, 그 성과를 대학 재정으로 환류하는 이른바 '교판기업(校辦企業)' 모델이 존재한다.
이 구조를 통해 대규모 연구비를 뒷받침하는 '기초 체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학의 수익 사업은 엄격한 규제와 사회적 통념에 묶여 있다.
등록금 정책 역시 격차를 누적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한국 대학 등록금은 지난 17년간 사실상 동결돼 왔다. 같은 기간 물가와 인건비, 연구 인프라 비용은 크게 상승했지만, 대학은 재정 확충의 수단을 거의 갖지 못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MBA, EMBA 과정 학비는 이미 1억원을 훌쩍 넘고, 일부 고급 과정은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 고액 학비는 다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해외 석학 초빙, 박사과정 지원으로 재투자된다. 반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이미 일부 사립초등학교 학비보다 저렴해졌다.
이러한 격차의 이면에는 한국 교육 재정 구조의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초중고 교육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학생 수가 급감해도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초중고에서는 예산이 남아 고가의 디지털 기기 보급이나 불필요한 시설 개선에 쓰이는 반면, 같은 지역의 국립대는 기본적인 실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 재정 문제는 더 이상 교육 정책 내부의 논쟁에 머물 수 없다. 이는 국가의 산업 전략과 직결된 문제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OECD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교육 예산은 거점 국립대에 몰아주어 학비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지방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지역에 대한 정주 품질을 높여야 한다.
반면 사립대는 등록금과 수익 사업의 자율화를 통해 무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대학이 돈을 벌고 굴리면서 그것을 수월성 연구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 대학 사이 재정 격차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재 생산성의 함수이며, 국가의 미래를 예고하는 지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성진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