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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고무줄 추계’ 의대 증원 논쟁, 쌓이는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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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1. 22. 18:17

연세대, 미등록 의대생 제적 예정 통보<YONHAP NO-4452>
서울 한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연합
이세미1-4 (2)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시계추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고무줄 추계와 의료계의 반대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가 쌓이고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보니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한쪽은 '부족', 다른 쪽은 '과잉 가능성'을 주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의사 인력 부족 규모가 논의 단계마다 달라지면서, 추계가 과학적 판단이 아니라 정책 선택에 따라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당초 2037년 기준 의사 인력이 최소 2530~최대 7261명 부족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보정심 논의가 거듭되면서 현재는 2530~4800명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같은 기준연도를 놓고 최대치가 2461명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2030년부터 공공의대와 의대가 없는 지역의 신설 의대에서 배출될 의사 600명을 수급 추계에서 선차감하기로 하면서, 일반 의과대학 증원으로 충원해야 할 인원은 1930~4200명으로 다시 낮아졌다. 이를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나눠 충원하면 연간 증원 필요 인원은 386~840명으로 계산된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연 350명 증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필수과 기피, 지역 쏠림, 과중한 근무시간,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량을 늘려도 현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실제 노동시간(FTE)을 반영하고 의료 이용 적정화,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을 적용할 경우 2040년이면 오히려 1만8000명 가까운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 든 '지역의사제'는 물음표를 남긴다. 증원 인원을 전원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겠다는 구상은, 전체 정원을 늘리면 지역으로 인력이 확산될 것이라는 과거의 '낙수효과'를 자인하는 동시에, 의대 교육 체계를 이원화하겠다는 정책적 선택으로 읽힌다. 의료계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연 350명 증원안 역시 20여 년 전 감원 규모를 되돌리자는 상징적 숫자에 가깝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국민의 피로도는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 의료 인력 확충의 방향이 잡히지 않으면서 지역 의료 공백과 필수의료 불안은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고, 정책 신뢰도 역시 흔들리는 모습이다.

추계의 정밀함을 다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증원된 인력이 정말로 필수의료 현장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 고무줄 추계로 의료계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의료계 또한 '증원 절대 불가'라는 성벽을 깨고 실질적인 필수의료 유입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7년 의대 정원 확정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교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내가 아플 때 달려갈 수 있는 '내 곁의 의사'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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