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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플포] 인생역전의 낭만, 리니지 ‘슬라임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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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파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6. 01. 24. 14:55

100아데나로 즐기던 일확천금의 낭만
리니지 슬라임 경기장. /리니지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는 남들보다 강해지려면 끊임없는 사냥과 노가다가 필수였다.

반복되는 플레이에 지친 유저들에게는 휴식이 절실했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등 자신과 어울리는 방식대로 피로를 풀었다.

그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안식처가 있었다. 글루디오 마을 북서쪽에 있는 '슬라임 경기장(이하 슬경)'이 바로 그 곳이었다.

◆ 느릿느릿...도파민 넘치던 슬라임 경기장
리니지 슬라임 경기장. /리니지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슬경에서는 트랙을 달리는 5개의 슬라임 중 누가 가장 먼저 골인 지점에 도달할지 맞히는 게임이 진행됐다.

아만이라는 NPC를 통해 각 슬라임의 승률과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가격이 개당 100 아데나인 표를 구매해 배팅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배팅한 슬라임이 1위를 차지하면 구매한 표를 배당률에 따라 아데나로 바꿀 수 있었다. 1위에 실패한 슬라임의 티켓은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다.

유저들은 자신이 배팅한 슬라임을 응원하려고 헤이스트를 걸고 페이스메이커처럼 옆에서 따라다니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에 누워 슬라임의 진로를 방해는 유저도 있었다. 물론 슬라임은 유저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영향받지 않았다. 

배팅에 임하는 유저들의 전략도 다양했다. 슬라임 하나에 과감하게 배팅하거나 배당이 높은 타이밍을 노려 분산 투자를 하기도 했다.

유저들은 통계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슬라임이 누구인지 연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유명 슬라임으로는 '슈팅스타', '사이하', '젤리피쉬' 등이 있었다. 이 중 슈팅스타는 이벤트 몬스터로도 등장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리니지 슬라임 경기장. /리니지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경기는 10분마다 진행됐으며 시작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쉬운 참가 조건에 빠르게 끝나는 게임성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슬경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슬경은 사람들과 잡담을 떨거나 혈맹이 혈원들을 모집하는 커뮤니티 성격을 띠게 됐다.

슬경에서는 배팅을 원하는 만큼 제한 없이 할 수 있었다. 만약 100만 아데나를 투자해 2배 배당 적중에 성공하면 200만 아데나를 벌 수 있었다.

아데나를 100번 잃었어도 과감한 역배당 적중에 성공하면 인생 역전이 가능했다. 당시에는 몇천 아데나도 벌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과감한 배팅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유저가 많았다. 

많은 유저들이 엄청난 도파민을 노리고 슬경에 도전했으나 소수의 유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돈을 잃기 마련이었다. 모든 걸 잃은 뒤 정신을 차리고 한탄하는 유저도 많았다.

슬경의 수익은 오크성의 세금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오크성 패권을 두고 혈맹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다. 

◆ 판 커졌다! 몰입감 10배 '개 경기장'
더욱 박진감 넘치던 개 경기장. /커뮤니티 캡처
슬경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2001년에는 기란 마을의 추가와 함께 새로운 미니게임 '개 경기장(이하 개경)'이 열렸다. 

개경은 슬경보다 트랙 규모도 3배 이상 컸고 표 하나당 배팅 금액도 500 아데나로 늘었다. 느릿느릿한 슬라임에 비해 개들이 뛰어가는 속도도 빨라 보는 맛이 남달랐다. 

기란마을은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혈맹 아지트'도 있었기 때문에 상주 인원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개경은 슬경을 능가하는 인기 장소로 등극했다.

개경에도 슬경과 마찬가지로 승률이 높은 족보를 연구하는 유저가 있었고 엑셀을 돌려 결과를 분석하는 유저도 있었다. 대체로 승률이 높은 '베라티', '티소', '페콜라' 등 유명 경기견은 항상 많은 배팅을 받았다.
경기장은 마법인형 레이스로 부활하기도 했다.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처음에는 500 아데나씩 가볍게 배팅하던 유저가 장비까지 '급처(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급하게 처분)'하며 자본금을 마련하는 때도 많았다. 급처 장비만 전문적으로 매입해 되파는 장사꾼도 있었다. 

경기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는 유저들이 늘어나자 결국 엔씨소프트가 칼을 빼 들었다. 그 결과 슬경과 개경이 각각 2003년과 2004년에 폐쇄됐다. 

이후 경기장을 되살려 달라는 유저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버그베어 경기장(이하 버경)'이 열리기도 했다. 버경은 슬경이나 개경과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 역시 유사한 문제로 2005년 막을 내렸다.

경기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이후 유저들은 소나무 막대를 활용해 나오는 몬스터 맞추기, 마력의 돌을 사용할 때 나오는 주사위 눈금 맞추기 등 자체적인 놀잇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에서도 펫 레이싱이나 유령의 집 같은 미니게임을 추가했으나 슬경과 개경에 비해 재미가 떨어져 이전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가끔씩 마법 인형 경기장 같은 이벤트가 열려 유저들의 추억을 자극했을 뿐이다.

이처럼 슬경과 개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놀이 그 자체로 즐거웠던 그 시절의 추억과 사냥에 지친 유저들의 심신을 달래주던 공간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이윤파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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