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승인권 부여는 없어…도입 방식·인력 대체 여부가 관건
불법쟁의 손배 제한·정리해고 요건은 별도 법리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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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출발점은 단체교섭 대상을 넓힌 부분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할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정리해고나 전환배치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조항은 기존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인력을 대체하거나 업무 배치를 바꾸는 경우, 로봇 도입이 단순한 설비 투자에 그치지 않고 노사 간 교섭 사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자동화 설비나 산업용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으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력 대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갈등이 확대된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이를 이유로 로봇 도입이 법적으로 봉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은 로봇 도입 같은 경영상 결정을 노조의 사전 승인 대상으로 바꾼 법은 아니다"라며 "로봇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근로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을 뿐, 교섭권이 곧바로 도입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권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섭이 결렬되더라도 해당 경영 판단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거나 중단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든 로봇 도입이 동일하게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신규 공장에 로봇을 배치하거나 기존 인력을 직접 대체하지 않는 자동화의 경우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 변화가 인정되기 어렵고,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문기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로봇 도입이 곧바로 근로조건의 하향이나 임금 감소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도입 방식과 영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 대상 확대와 함께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도 조정했다. 다만 이 역시 로봇 도입 여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장치는 아니다. 정 변호사는 "개정법은 불법쟁의에 대해 개인에게 과도한 연대 책임을 지우는 방식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이 핵심"이라며 "쟁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서 특정 경영상 결정을 법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봇 도입 이후 인력 감축이 가능한지도 별도의 문제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요구한다. 문 변호사는 "단순히 로봇이나 자동화를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법원은 비용 절감이나 기술 변화만으로는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의 적용 여부는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로봇 도입이 실제로 근로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력 감축이나 업무 전환이 예정돼 있는지에 따라 단체교섭 대상 해당 여부가 판단된다. 정 변호사는 "같은 로봇 도입이라도 기존 공정을 보완하는 수준인지, 인력을 대체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진다"며 "노란봉투법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아니라, 개별 사업장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