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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플포] 린저씨 울리던 리니지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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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파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6. 01. 26. 18:17

리니지 유저들을 피눈물 흘리게 했던 기상천외 사기 수법 모음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기꾼을 가장 경계해야 했다.

리니지를 즐겨 했던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사기는 일상적인 문화였다.

사기꾼들은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창의적인 방식의 사기를 벌이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걸 누가 당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참신한 수법이 많았다.

몇 주 동안 노가다를 하며 힘겹게 모은 아데나를 한순간의 사기로 날릴 때의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리니지 유저들의 피와 눈물이 담긴 사기의 역사를 정리해봤다. 

◆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 승인 버튼을 누르지 마"
공식 홈페이지에도 올라온 확인 주문서 사기.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교환창은 사기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이 아이템이나 아데나를 얻기 직전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는 틈을 노렸다. 교환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은 금물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사기 방법으로 '0 빼기'가 있다. 정상 가격에서 화폐 단위 숫자 0을 빼는 수법이다. 100만 아데나 짜리 장비를 구입한다고 했다가 교환을 취소하고 10만 아데나만 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숫자 단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효과적인 사기 방법이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바꿔치기하는 사기도 유행했다. 숫자 0과 6이 비슷하게 생긴 점을 이용해 거래 창에서 아이템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이었다.

사기꾼들은 6강 무기를 판매한다고 교환창에 올린 뒤 갑자기 거래를 취소하며 재협상을 하고 다시 열린 거래 창에서 0강 무기를 올렸다. 만약 피해자가 방심해서 아이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을 누르면 그대로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확인 주문서를 활용한 사기도 유행했다. 아이템을 판매하는 피해자가 교환창에 장비 아이템을 올리면 사기꾼들은 손상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며 확인 주문서(아이템의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 주문서)나 숫돌(손상된 무기를 회복시켜 주는 아이템)을 교환창에 올렸다. 

이때 피해자는 거래를 취소하고 확인 주문서를 따로 받아야 했지만 별 생각 없이 거래 승인을 누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승인 버튼을 누르면 경고창도 나오지 않고 바로 거래가 진행됐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었다.

'엔트의 열매'를 판다고 해놓고 기란 마을 과일 상점에서 팔던 '사과'를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두 아이템은 생김새가 유사했지만 가격은 엔트의 열매가 최대 50배가량 비쌌다.

각종 교환 사기가 이어지며 유저들의 경각심이 커졌고 업데이트를 통해 거래 승인 버튼이 두 단계로 나뉘며 교환 사기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 거부권 없는 무한 리필 '고기 사기'
고기를 활용한 참신한 사기 방법이 있었다.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고기 사기는 리니지의 무게 시스템을 활용한 사기 방법이다. 

초창기 리니지는 아이템을 드래그해서 상대 캐릭터에 가져다 두면 아이템을 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받기 싫어도 상대방이 아이템을 주면 받아야 했다는 점이다. 사기꾼들은 이 시스템과 무게 시스템을 이용해 참신한 사기를 벌였다.

사기꾼들은 좋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물건을 살 것처럼 흥정하다가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 아이템 확인하게 바닥에 떨굴 수 있나요"라는 식으로 바닥에 아이템을 떨구도록 유도했다. 

피해자가 방심해서 아이템을 바닥에 놓으면 그 순간에 드래그로 고기를 상대 가방에 집어넣어 무게 게이지가 100%가 넘게 만든 뒤 여유롭게 아이템을 가져갔다. 무게 게이지가 100%를 넘으면 유저는 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행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혹은 교환창을 띄우고 상대방이 아이템을 올리면 그 순간에 고기를 가방에 넣기도 했다. 그리고 교환창을 나가면 교환창에 올려놓았던 피해자의 아이템은 가방 무게가 넘쳐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사기꾼은 그 틈에 아이템을 가져갔다. 

아이템이 강탈당하는 것을 무력하게 봐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악랄한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고기 사기는 엔씨소프트가 빠르게 패치를 진행한 덕분에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운영자입니다"
28년 전에도 운영자 사칭 사기꾼들이 있었다.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운영자나 지인을 사칭하는 사기도 유명했다. 운영자로 위장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은 뒤 유유히 아이템을 가져가는 방법이었다. 리니지가 아닌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유행했던 대표적인 사기 수법 중 하나다. 

가짜 운영자들은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며 아이디와 비번을 요구하기도 했고 불법 행위에 연루되었으니 조사 협조를 위해 아이템과 비밀번호를 내놓으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탓에 운영자들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사기꾼들은 피해자의 지인을 사칭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지인과 비슷한 닉네임을 만들어 아이템을 빌려 달라는 식으로 사기를 벌였다. 

당시 게임 안에서 맺어진 유저들의 관계는 현실보다 끈끈했던 경우가 많아 고가의 아이템을 담보 없이 덜컥 빌려주는 경우도 흔했다.

아무도 속지 않을 것 같은 사기 방법이지만 일부 집요한 사기꾼들은 유사한 닉네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캐릭터 외형에 말투까지 비슷하게 따라 하며 사기 성공률을 높였다.

◆ 자유자재로 변신했던 편지지의 힘
각종 주문서로 변신하거나 수량도 자유자재였던 편지지. /커뮤니티 캡처
편지지는 유저가 제목을 직접 지어 소유하는 게 가능했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편지지는 다른 고가의 아이템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서 비싼 아이템으로 둔갑하기도 편했다. 

사기꾼들은 편지지의 이름을 '갑옷 마법 주문서' 또는 '무기 마법 주문서'와 같은 비싼 아이템과 똑같이 짓고 판매했다.

실제 주문서와 편지지의 외형은 전혀 달랐기에 대부분의 고레벨 유저들은 속지 않았다. 하지만 초보 유저들은 이러한 차이점을 몰라 사기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또한 편지지는 상점에 개당 1아데나로 판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편지지의 이름을 '편지지 9999개'로 지은 뒤 비싼 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편지지를 활용한 사기가 하도 기승을 부리자 엔씨소프트는 결국 아이템 자체를 삭제했다. 

◆ "양초 축양초로 바꿔 드립니다"
축복받은 양초를 얻으려다 피를 보는 유저가 많았다. /커뮤니티 캡처
'양초'를 '축양초(축복받은 양초)'로 만들어주겠다고 속인 뒤 전 재산을 가져가는 사기꾼도 있었다.

사기꾼은 사람이 많은 기란 마을이나 글루딘 마을 등지 구석에서 "꺼지지 않는 축양초를 만들어준다"고 다른 유저들을 현혹했다.

이 말에 홀린 피해자가 찾아오면 사기꾼은 으슥한 장소로 이동했다. 이후 양초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피해자에게 양초를 주우라고 명령했다. 피해자가 양초를 주우면 장비를 모두 벗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명령에 따라 장비를 해제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장비 아이템이 선택됐다.

그리고 사기꾼은 피해자에게 쉬프트 키를 누르고 양초를 모두 선택한 뒤 양초를 땅에 떨어뜨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그대로 양초를 내려놓으면 아까 벗었던 장비까지 모두 바닥에 떨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사기꾼은 땅에 떨어진 양초와 장비를 줍고 유유히 사라졌다. 장비가 선택됐다는 것을 신경 쓰지 못하는 심리를 노린 사기 방식이었다. 

◆ 멧돼지가 가져간 집행검
젖소를 무턱대고 공격하면 피를 볼 수 있었다. /커뮤니티 캡처
사기꾼들은 젖소나 멧돼지 같은 짐승으로 변신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명황의 집행검(이하 집행검) 탈취 사건이다. 

2010년 당시 시세 2500만 원 상당의 가치를 지녔던 집행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재력을 과시하던 유저가 방심한 틈을 노려 멧돼지로 변신해 대기하던 사기꾼 일행이 아이템을 가로채 달아난 사건이다. 주변의 멧돼지를 일반 몬스터로 오인해 경계심을 푼 틈을 노린 치밀한 계획범죄였다.

짐승 변신을 활용한 PK(Player Kill) 사기도 유명하다. 젖소나 사슴 같은 짐승으로 변신해 PK를 유도하는 사기였다. 

사기꾼은 젖소로 변신한 뒤 고가의 아이템을 미끼로 던진 뒤 자연스럽게 아이템을 습득했다. 사기꾼들은 '짖소', '직소' 등 젖소와 비슷한 닉네임을 지어 디테일을 살리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본 피해자가 비싼 아이템을 얻기 위해 젖소를 공격하면 계획은 성공이었다. 젖소를 공격한 피해자는 시스템상 유저를 공격한 카오로 분류되어 근처에 있던 경비병에게 사살당했다. 그 틈에 사기꾼은 피해자가 떨어뜨린 장비를 가져갔다.
이윤파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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