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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장 내 괴롭힘,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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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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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대표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평범한 말 뒤에는 종종 다른 문장이 숨어 있다. "상사가 매일 욕을 해 모멸감을 준다", "상사가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일을 시킨다", "다른 직원과의 소통을 막아 일부러 실수를 유도한다"는 말이 함축된 경우가 많다. 법은 이런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부른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에도 통계는 처참하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근로복지공단의 '정신 질병 산재 현황'에 따르면 적응장애·우울증 등 정신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6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고, 그중 괴롭힘과 연관된 적응장애 산재는 무려 5배가량 늘었다. 요양 기간은 평균 2년. 직장 내 괴롭힘은 이제 "잠깐 힘든 경험"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장기 재해라는 의미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지인을 대리한 적이 있는데, 상사의 가해 행위로 2년간 직장을 쉴 수밖에 없었고, 복직 후 결국 5년간 다녀왔던 직장을 그만두고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을 봤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규정하고, 사용자의 조사 의무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명확히 한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한가지 결정적 한계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에 대해 회사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대부분 징계나 보직 변경에 그친다. 명백한 폭언·모욕이 반복돼도,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어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해도,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업무에서 배제해 정신질환을 유발해도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가해자에게 남긴다. 그 사이 피해자는 자발적·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 생계 위협에 내몰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지방세연구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청년 직원이 숨진 사건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사안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과정에서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등이 별도로 성립하면 형사처벌은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회색지대에서 일어난다. 가해자는 "업무 지시였을 뿐", "관리 차원에서 한 말", "조직문화일 뿐"이라는 말로 행위를 은폐한다. 피해자는 증거 확보가 어렵기에 형사고소도 쉽지 않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통해서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가 어렵다.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상사가 반복적으로 인격을 짓밟아 정신질환을 유발하거나, 의도적으로 고립·배제해 업무능력을 박탈하는 행위가 정말 '징계 수준'으로 끝날 문제인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형사처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명백한 인격권 침해·근로권 침해·정신적 폭력 범죄로 인식하겠다는 선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어디에나 있는 일"이 아니다. 법적 사각지대를 묵인하는 동안 피해자는 늘어났고, 수 많은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잃고 있다. 형사처벌 논의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 목적도 있지만, "이 사회는 근로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를 엄연한 범죄로 본다"는 가장 강력한 경고이자 보호 장치다. 이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두려움을 느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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