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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로 버티고, 단백질로 망가져… 경쟁사회가 만든 ‘아픈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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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1. 26. 18:02

고용률 하락 속 청년 건강 적신호
취준 장기화로 식습관·생활리듬 붕괴
20~30대 당뇨환자 10년새 80% 늘어
체력·외모도 '관리해야 할 스펙' 간주
극단적인 운동·식단으로 통풍 앓기도
전문가 "청년 건강 악화, 사회책임 커"

청년 고용률은 20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경제적 암흑기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고용률이 떨어질수록 청년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가장 건강해야 할 나이에 성인병 환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나태'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은 취업, 결혼, 주거 등 삶의 단계마다 경쟁을 직면한다. 사회적 생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청년들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 건강을 포기하고 있다. <편집자주>


취업 준비생 A씨(27)의 하루는 정오를 넘겨서야 시작된다.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영향 때문이다. A씨는 일어나자마자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에는 배달 음식과 김 빠진 콜라 몇 캔이 전부다. A씨는 매일 콜라로 속을 달랜다. 따뜻한 밥을 챙길 여력은 없다.

A씨의 수입은 0원이다. 각종 회사 면접과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고, 아르바이트에도 지원해 봤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는 매달 소액의 생활비와 월세를 지방에 있는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런 사실이 불편한 A씨는 생활비를 아끼겠다며 값싸고 열량이 높은 인스턴트와 편의점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 아예 식사를 거르는 날도 많다. 새벽까지 잠을 설치다 술과 담배를 찾는 것도 일상이 됐다.

운동은 머나먼 얘기다. 돈을 내고 체육 시설을 다니는 것은 물론 거리에 나가 달릴 여유조차 사라졌다. 친구들로부터 '회사에 합격했다' '승진했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A씨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더욱 심하게 느낀다. 건강관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던 A씨는 최근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지를 내려다보던 의사의 말에 A씨의 걱정은 더 깊어지고 있다. "당뇨입니다."

A씨의 사례는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장기화된 취업 준비 과정과 불안정한 소득 구조, 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8만7273명이던 20~30대 당뇨 환자 수는 2024년 15만6942명으로 10년 만에 80% 증가했다.

청년들은 사회적 압박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20~30대 청년 가운데 44.3%가 건강관리 실천이 어려운 이유로 '업무·일상생활이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청년 66.9%는 '소득 수준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B씨(29)처럼 '건강의 배신'을 느낀 경우도 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B씨는 3년째 통풍을 앓고 있다. 통풍 발작에 의한 고통으로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는 건 다반사다. B씨가 매일 밤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통풍의 원인은 과도한 운동과 건강 식단이었다.

그는 건강만큼은 자부해 왔다.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매일 헬스장을 다니며 자기관리에 힘을 쏟았다. 하루 1~2시간씩 몸을 가꿔온 B씨의 곁에는 단백질 보충제와 각종 고단백 식품이 늘 함께했다. 하루 두 번씩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곤 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발가락을 망치로 찍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통풍 진단을 받기 전까지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취업과 자기 계발을 둘러싼 경쟁 속에서 체력과 외모마저 '관리해야 할 스펙'이 되며 불균형적인 식단과 과도한 운동이 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 20대 청년 90.2%가 자신에 대해 '건강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운동에 관한 전문적인 '처방이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질병관리청은 "20대 남성 5명 가운데 1명은 '영양 섭취 부족' 상태"라고 했다. 대부분이 B씨처럼 자신의 건강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건강 악화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업 준비 장기화와 고용 불안, 주거 비용 부담, 사회적 경쟁 문화가 생활 습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사회학전공 교수는 "청년의 건강에는 사회적 영향이 상당히 크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득 수준이나 안정된 직업 유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며 입시와 취업, 승진, 내 집 마련 등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청년들의 행복감과 사회적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사회 구조적 한계에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청년들이 자기 역량을 개발하고 건강을 관리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 전반적인 경쟁력과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민준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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