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겹치고 실질 투자효과 낮아
질적 저하 우려…"차별화 시급"
|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순자산총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ETF는 35개로 집계됐다. 거래소 규정상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나도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을 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6개월 이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해 상장 폐지된 ETF는 50개에 달했다.
국내 ETF 시장은 2025년 기준 총 순자산 297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상품 간 차별성이 약화되고 유사 테마·유사 구조의 ETF가 속출하면서 일부 상품은 거래량과 자산 규모가 동반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과열 사례로는 조선·방산·원자력 이른바 '조방원' 테마 ETF가 꼽힌다. 지난해 상반기 조선·방산 업종 주가가 급등하자 운용사들은 관련 ETF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조선TOP10 ETF', 'TIGER K방산&우주 ETF', 'TIGER 코리아원자력 ETF' 등을 잇달아 상장시키며 테마를 세분화했다.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도 방산·원전 관련 ETF를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문제는 서로 다른 테마를 표방했지만 실제 편입 종목에서는 중복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종목이 다수 ETF에 반복 편입되면서 지수 이름과 콘셉트는 달라도 실질적인 투자 노출은 유사했다. 그 결과 일부 ETF는 초기 흥행 이후 거래가 급감하며 자금 이탈을 겪었다.
양자컴퓨팅 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시기 국내에는 '신한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 'KIWOOM KOSEF 미국양자컴퓨팅 ETF', 'RISE 미국양자컴퓨팅 ETF', 'KoAct 글로벌 양자컴퓨팅 액티브 ETF' 등 최소 4종의 양자컴퓨팅 ETF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들 ETF 역시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와 일부 양자 관련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되며 기초자산 중복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운용 방식(패시브·액티브)과 추종 지수는 달랐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차별성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는 특정 테마 ETF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일정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상품이 정리되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신한SOL 미국테크TOP10인버스(합성)' ETF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해당 ETF는 2024년 5월 21일 상장돼 미국 테크 대형주 TOP10으로 구성된 Solactive US Tech TOP10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합성 인버스 상품이다.지난 22일 기준 신탁원본액 40억원, 순자산총액 24억원으로 소규모 요건에 해당했다.
ETF 운용사 간 경쟁이 단순 수수료 인하와 상품 수 늘리기로 흐르는 건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에만 신규 상장 ETF는 173개, 상장폐지 ETF는 50개로 집계됐다. 상품 수는 늘었지만 지수 설계·리스크 관리 등에서 투자자가 체감하는 차별화가 부족하면 시장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의 참신함보다 지속 가능한 자금 유입 구조와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갖춘 ETF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점에서 당분간 상장폐지와 신규 상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