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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정상화 별세…그는 왜 캔버스를 뜯고 메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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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1. 28. 16:27

조수 없이 홀로 일군 '수행의 예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격자형 추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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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화백. /갤러리현대
한국 추상미술의 거성 정상화 화백이 28일 오전 3시 40분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2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환기, 박서보, 하종현 등과 함께 한국 단색조 추상의 황금기를 일군 1세대 대표 작가다.

고인의 작업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선 고행의 과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캔버스 위에 고령토를 두껍게 바른 뒤, 이를 접어 균열을 내고 다시 그 틈을 물감으로 메우는 이른바 '들어내고 메우기' 기법은 그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조수를 단 한 명도 두지 않고 홀로 캔버스를 채워 나갔던 고인은 생전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방법론이며, 작업 속에 나의 핏줄과 맥박이 담겨 있다"고 강조해 왔다.

1953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해 미술계에 발을 들인 고인은 1960년대부터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세계로 넓혔다. 특히 1970년대 일본 고베 체류 시절 확립한 격자형 화면 구조는 한국 단색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는 미술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2015년에는 이우환 화백에 이어 생존 작가 중 두 번째로 경매가 10억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말년까지 경기도 여주 작업실에서 창작에 몰두했던 고인은 예술을 "끝없는 것을 시작하는 일"이라 정의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을 향한 갈증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미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오는 30일 엄수될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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