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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주 독주 시대 저물고 에너지·소형주 부상… 800억달러 시스템 매물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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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9. 05:49

골드만삭스 "추세추종형 알고리즘 펀드, 이번주에도 순매도 지속"
AI 투자 수익성 재평가에 빅테크 주도주 이탈 가속
에너지·소재·소형주로 자금 이동 '마켓 확산'
공포지수 9.22·쇼트 감마 전환
USA-MARKETS/INVESTORS-RISK
한 주식 트레이더가 2025년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의 독주 시대를 끝내고, 시장 전반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퍼지는 시장 확산(Market Broadening)과 시스템적 매도 압력이 충돌하는 높은 변동성 장세에 진입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기존의 대형 기술주에서 벗어나 에너지·소재·소형주 등으로 자금을 급격히 이동시키며 위험 회피 심리와 구조적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경고, 기계가 지배하는 시장, 800억달러 '시스템 폭탄' 대기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그룹의 채권·통화·원자재 및 주식 부문(FICC & Equities) 트레이딩 데스크를 인용, 미국 증시가 이번 주에도 추세 추종형 알고리즘 펀드들로부터 추가적인 매도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 방향을 따르는 시스템 전략(systematic strategies) 펀드들은 향후 1주일 동안 시장의 방향과 관계없이 순매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품거래자문(CTA)들은 이미 주식 매도 신호를 받은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약 330억달러의 매도가 발생할 수 있으며, 만약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6707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향후 한달 동안 최대 800억달러의 추가 시스템 매도가 촉발될 수 있다.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도 불안 신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의 공포 지수는 최근 9.22를 기록하며 시장이 극단적 공포 수준에 근접했음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S&P 500의 한 달 예상 변동성과 변동성지수(VIX)를 통해 시장의 불안 정도를 반영하고,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비해 풋 옵션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풋-콜 스큐(put-call-skew), 그리고 단기와 장기 변동성 전망의 격차를 종합해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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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다른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로이터·연합
◇ 대전환의 서막, "빅테크는 잊어라"... 에너지·소형주로 옮겨붙은 불씨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위험 노출을 재평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주와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T. Rowe Price)의 팀 머리 자본시장 전략가는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시장을 끌어올렸던 종목들의 매도가 잠시 멈췄을 수 있지만, 대신 완전히 다른 종목들에 대한 공격적 매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주 중심 장세에서 벗어난 자금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장 확산 현상은 데이터로 증명된다. 기술주가 정점을 찍은 2025년 10월 29일 이후 섹터별 성과를 살펴보면, 에너지(21.7%)·소재(16.8%)·필수 소비재(15.2%)·산업재(10.8%) 섹터가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기술주(-10.2%)는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ProShares)의 시미언 하이먼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시장 확산이 최근 며칠 사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초대형 기술주가 아닌 모든 것이 소외됐던 매우 긴 기간을 지나 이제 시장 확산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당 성장주·동일가중 지수·소형주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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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식 트레이더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5만 선을 돌파했다는 모자를 쓰고 근무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거품인가 혁신인가...대형 AI 인프라 '하이퍼스케일러' 향한 '수익성 청문회'

거시적 관점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 변동성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로이터에 "앞으로도 강한 의문과 질문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의문이 대형 AI 인프라 보유·운영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의 대규모 자본 지출이 실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그리고 AI 투자가 기존 사업에 미칠 영향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증폭되는 변동성, 얇아진 호가창과 '쇼트 감마'의 덫... 변동성 파고 경고

옵션 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딜러 포지션이 쇼트 감마(short gamma)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마는 기초자산 가격 변화에 대한 옵션 가격 민감도를 의미하며, 쇼트 감마 환경에서는 딜러들이 가격 상승 시 추격 매수를 하고, 하락 시에는 추격 매도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 변동폭을 더욱 극단적으로 키우는(magnify swings) 요인이 된다.

여기에 시장 유동성 악화가 겹쳤다. S&P500 최우선 호가 유동성(top-of-book liquidity)은 약 410만달러로, 연초 평균인 1370만달러에서 급감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위험을 신속히 이전하기 어려운 환경이 거친 장중 흐름(choppier intraday tape)을 만들고 가격 안정화를 지연시킨다"고 진단했다.

계절적 요인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월이 역사적으로 S&P 500과 나스닥100 모두에서 약하고 변동성이 큰 달이라고 전했다. 이는 1월에 집중됐던 연금 자금 유입과 개인 투자자 매수가 약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 행동에서도 변화가 포착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이틀간 약 6억9000만달러의 개인 순매도가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1년간 이어졌던 하락 시마다 매수 성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특히 가상화폐와 가상화폐 연계 주식에서 매도 압력이 두드러졌다.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이미 보유한 것을 더 높은 가격에 사고 싶어 하지 않으며, 자금이 조용히 에너지와 산업재 섹터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는 시스템 매도 압력과 구조적 변동성이 겹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라(Buckle up)"고 조언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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