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보행환경 침해, 시민 불편 현재진행형
대로변 전투기 고정 전시 교통사고 우려 현실화
정치권 “시대착오” vs “이미 승인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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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양산대로 인근 북부동 533-6 일원 부지면적 477.3㎡에 조성된 안보역사존에는 길이 약 19m, 무게 13.5톤에 달하는 대형 군용기 F-4E 팬텀Ⅱ 전투기 1대가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변에 들어섰다.
양산에는 이미 현충탑, 6·25 참전기념비, 항일운동기념탑, 시립독립기념관 등 각종 현충·보훈 시설이 곳곳에 분산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상징물을 추가 설치한 것이 시민 안보의식을 실제로 높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차를 타고 지나가며 전투기 한 번 본다고 안보의식이 생긴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착시"라며 "전쟁 도구 전시는 냉전 시대 사고방식에 머문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전투기 이전·설치, 조경 및 공원 조성, 조명시설 설치 비용 대부분이 시민 세금으로 충당됐다.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낭비와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사업은 그대로 추진됐다.
양산시의회 한 시의원은 "접근성도 떨어지고 체류형 콘텐츠도 없는 시설에 시민 혈세 2억원을 투입한 결과가 고철 전시라면, 행정 실패"라며 "전시행정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안보역사존이 조성된곳은 체육시설부지인데다 체육시설과 인접해 있으며, 주민들의 일상적인 운동·보행 동선과 맞닿아 있다. 전투기 설치 완료 이후 울타리와 조명시설까지 더해지면서 체육시설 이용객의 시야와 동선이 실제로 방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운동하러 나왔다가 군사 전시물 사이를 지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들과 산책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조형물로 잠식됐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전투기가 설치된 장소는 양산대로 12번 교차로 인근으로,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구간이다.
시는 '가시성이 높은 위치'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운전자 시야 분산이라는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야간 경관조명이 일출·일몰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가동되면서 대형 군용기 실루엣과 조명이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켜 교통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로변 조형물은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은 "전투기 한 대를 도로변에 설치해 안보를 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중복된 보훈시설을 또 하나 늘린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전투기 전시는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며 "진짜 안보는 시민의 삶을 지키는 생활안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군사 상징물 전시는 안보가 아니라 군사주의의 반복"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의회를 거쳐 승인된 사업"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설치 완료 이후에도 별다른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양산시 시민안전과는 "전투기뿐 아니라 신라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지역 호국 인물을 함께 조명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산 증액 경위와 시민 불편, 교통 안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쟁의 상징을 세워 놓는 것이 안보라면, 시민의 일상과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전투기 설치가 완료된 지금, 양산시는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안보이며, 무엇을 남기는 역사인지에 대해 더욱 무거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