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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순항하는 수출에 대미투자법 볼모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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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03. 00:00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 덕분에 수출이 순항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음에도 674억 달러로 역대 2월 중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월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 여파 등으로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판결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미투자특별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빌미를 없애야 할 것이다.

지난달 수출 호조도 역시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액만 25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0%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208억 달러, 올 1월 205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수출 2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이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덕분이다.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 가격은 1년새 863% 폭등했고, 낸드 128Gb도 452% 상승했다.

하지만 반도체 편중으로 K자형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수출이 증가한 것은 컴퓨터(221%), 무선통신기기(131%), 선박(41%), 바이오헬스(7.1%) 등 5개에 불과했다. 자동차부품(-22%), 석유화학(-15%), 철강(-7%) 등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미국 품목별 관세 부담 등으로 수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발발한 중동전쟁은 우리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염려된다.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한국 수출 물량은 0.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 올 연간 수출액 8000억 달러 달성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처럼 대외환경이 불투명한데도 여야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놓고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민의힘이 의사진행을 거부한다면 법안처리를 위한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국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미투자 특위를 비롯해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힘은 애초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왜곡죄 도입 등 사법 3법을 저지하기 위해 대미투자 특위 활동을 거부해 왔다. 위헌성이 많은 사법 3법을 억지로 통과시킨 여당의 입법횡포에 1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익이 달려 있는 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마냥 잡아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는 미국 관세인상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구글에 고정밀 지도반출까지 조건부 승인했다. 이달 초까지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또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 야당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여당은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낼 명분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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