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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동산 원유수입 차질… 정부·기업, 장기화 대비 비상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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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산업계 긴장
운송 기간 5일·해상 운임 80% 상승
정유4사 TF 꾸려 영향 최소화 협력
현지 진출 주요기업 안전 대응 강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국내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를 공식화하면서, 원유 운송을 비롯한 공급망 파장이 관심사다. 당장 정부는 비축유 방출을 비롯해 한국경제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장기화 여부에 따라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은 물론, 유럽 등지로 향하는 수출에 차질을 줄 수 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습 직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본격화하면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대양으로 향하는 유일한 해상 통로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등 주요 산유국과 맞닿아 있어 매년 석유 교역량의 27%가 이 길을 통과한다.

국가대표 해운사 HMM는 컨테이너선 1척과 벌크선 6척이 해협 인근에서 발이 묶였다. 사측은 운항 보류나 우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가 장기화할 시 업계 전반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운송 기간은 3~5일 늘고 해상운임은 기존보다 50~80% 상승할 수 있다.

자동차 수출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 중동으로 가는 척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으나, 혹여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대체항로와 대체항을 찾을 계획은 세우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과하는 물량이 많을 경우, 이란 주변 국가들과 협력해 대체항에 물량을 잠시 내렸다가 상황이 풀리면 다시 환적해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중동 정세를 비롯한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 쏠려 있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급과 정제마진 면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정유 4사에서 TF를 꾸려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이 확보한 약 1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는 자동차와 항공 등 유류 수요가 높은 산업군이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방패막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 권고 기준인 90일을 상회하는 약 206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 셰일오일과 남미 원유 도입 비중을 확대하며 중동 해로 의존도를 낮췄다. GS칼텍스 역시 카자흐스탄산 원유와 미국산 원유를 혼합 사용하는 공정 효율화를 통해 비중동 지역 원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사우디 내륙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으로 홍해 연안 항구에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대체 경로를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공급선이 타사 대비 다각화돼 있어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정유 4사 중 가장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지속적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직접 타격은 없지만 삼성전자는 UAE에 세트 제품 판매 법인과 이집트에는 SEEG 등의 TV 생산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 총괄 법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이집트 텐스오브라마단시티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생산 법인을 운영 중이며, UAE에도 전자제품 판매 및 서비스 법인을 총 6곳 운영 중이다. 이스라엘에는 자동차 보안 솔루션 개발 및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측은 주재원들의 피해는 아직 없으며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LG 역시 이스라엘 근무 직원들을 대사관 가이드에 맞춰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자업계는 장기적으로 오는 6월 예정된 월드컵 특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대형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반등했던 TV 세일즈가 반감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임직원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중동 현지의 임직원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회사는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당부했다. 한화는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에서 방산, 금융, 기계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라크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지 체류 중인 임직원은 가족까지 총 172명에 달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IRGC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민간 선박 4척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운송보험금이 뛸 전망"이라면서 "보험금 상승폭이 크다면 해협 봉쇄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 유가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이란이 적대관계에 있는 인근 중동 국가의 생산시설을 타격할 위험도 있다"면서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소연 기자
이서연 기자
김유라 기자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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