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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신양, 전시를 ‘무대’로 바꾸다…“그림의 시작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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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09. 15:10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 개인전 '전시쑈: 제4의 벽' 선보여
박신양 민음사1
배우이자 화가인 박신양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시장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시는 회화와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연극적 전시' 형식으로 오는 5월 10일까지 열린다.
배우이자 화가인 박신양이 회화와 연극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전시를 선보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기존 전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의 작업실로 초대된 듯한 몰입형 공간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신양이 지난 10여 년간 그려온 회화 약 150점이 걸렸다. 100호가 넘는 대형 캔버스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얼굴·사과·투우사·당나귀·소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를 통해 작가의 내면을 탐색한다.

박신양 전시 전경 1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그런데 전시 형식이 파격적이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장 대신 공간 전체가 화가의 작업실로 설정됐다. 거푸집 자재인 유로폼이 벽면을 둘러 공간은 무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여기에 물감, 붓, 팔레트 같은 작업 도구의 '정령'으로 분한 배우 15명이 등장해 전시장 곳곳을 오가며 퍼포먼스를 펼친다. 관객은 전시장을 거닐며 그림, 연기, 공간 연출이 결합된 장면을 경험하게 된다. 박신양은 전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는 보통 관객이 작품을 보는 평면적 구조지만 연극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로 관객을 초대하는 개념"이라며 "이번 전시는 전시장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장에 초대된다는 설정 속에서 이야기를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양전시 전경 2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 제목인 '제4의 벽'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뜻한다. 박신양은 배우로 활동해온 경험을 전시 구조에 적용했다. "연극 속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연극적인 시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관객이 연극 속으로 들어와 스스로 이야기를 조합해보는 방식을 만들고 싶었단다.

작품의 출발점은 '그리움'이다. 러시아 유학 시절 예술을 자유롭게 토론하던 친구들과 기억이 그림을 그리게 한 원동력이 됐다. 대표작 '키릴2' 역시 그 시절 친구의 얼굴을 그린 작품이다. 박신양은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는 그리움 같은 감정이 쉽게 취급된다"며 "하지만 이런 감정이 정말 필요 없는 것인지 오히려 더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박신양 전시 전경 3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박신양의 그림에는 사과가 자주 등장하지만 일반적인 사과의 모습과는 다르다. 붉고 둥근 형태 대신 해체된 색과 질감으로 표현된다. 그는 "사과는 꼭 빨갛고 동그래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내 그림의 사과는 멀리서 보면 오히려 더 사과 같을 것"이라고 했다. 투우사와 소, 당나귀 연작 역시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이미지다. 달려오는 소를 맞서는 투우사는 표현해야 하는 과제를 감당하는 예술가의 모습이고,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당나귀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인간의 자화상이라는 설명이다.

박신양 민음사2
배우이자 화가인 박신양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시장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민음사
박신양은 전시와 함께 에세이집 '감정의 발견: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도 출간했다. 그는 "자기를 아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평생의 숙제"라며 "나에게는 책을 쓰는 과정이 내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배우로서의 경험과 회화 작업을 결합한 종합 예술 실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신양은 "표현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각자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순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51쪽_박신양, 「당나귀 13」(2017년, oil on canvas, 150F, 227.3×162.1cm)
박신양의 2017년작 '당나귀 13'. /민음사
피에로들 전혜원 기자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령'들. /사진=전혜원 기자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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