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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파키스탄, 이란전쟁에 ‘친미 딜레마’… 국내서 반미 여론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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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09. 10:37

인니 프라보워, 트럼프 평화위 가입·가자 파병 자원과 이란 사태 중재 시도에 국내서 거센 비판 직면
파키스탄, 반미 시위 중 최소 26명 사망… 카라치 미 영사관 돌진 시도도
PAKISTAN PROTEST <YONHAP NO-2854> (EPA)
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군사작전 중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이란 국경을 맞댄 핵보유국 파키스탄의 외교 노선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두 나라 지도자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 관계를 추구해왔으나, 이란전쟁을 계기로 국내에서 거센 반미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이란 공격 직후 분쟁 당사국 합의를 전제로 테헤란 방문 중재를 제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내에서 "비현실적"이란 비판과 함께 친미 외교 노선 전반에 대한 반발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P)와 관련한 적극적인 행보도 지탄을 받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스라엘도 회원국인 이 기구의 틀 아래 가자지구에 인도네시아군 8000명을 파병하겠다고 자원했는데,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 관계가 없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인도네시아에서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사우스의 원칙 있는 목소리라는 인도네시아의 외교 전통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압박 속에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부통령 및 정치 지도자들을 소집해 3시간 이상 이란 사태 대응을 논의했다. 마데 수프리아트마 싱가포르 이세아스-유소프이샥연구소의 연구원은 프라보워가 자신의 외교 정책 결정에 "궁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친미 입장과 이스라엘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던 파키스탄의 상황은 더 긴박하다. NYT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파키스탄 전역에서 벌어진 반미·반이스라엘 시위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카라치에서는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에 돌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11명이 총격으로 사망했으나, 미 대사관은 미국 측 무장 인력과 파키스탄 보안군 중 누가 발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시위대가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초상을 짓밟고,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해 10월 이집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동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8개의 전쟁을 중단시켰다"고 칭송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파키스탄에선 이란 공격 이후 온라인에서 이 발언이 다시 확산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중시키고 있다. 말리하 로디 전 유엔·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 정부는 트럼프와의 밀착에 대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반미 감정은 종파적 감정이 아닌 국민적 감정"이라고 짚었다.

파키스탄은 경제적으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란의 걸프 국가 보복 공격으로 에너지 수급이 차질을 빚은 탓이다. 당국에 따르면 원유 비축량이 2주 미만, 액화천연가스(LNG)는 3월 말까지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 4일 근무제와 원격 수업·재택근무 도입을 검토 중이다. 매년 400억 달러(59조 9440억 원) 규모의 해외 송금 중 절반 이상이 걸프 국가에서 들어오는 파키스탄으로서는 이란의 걸프 보복 공격이 경제 기반을 흔드는 셈이다.

동시에 파키스탄은 안보 차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을 수행 중이며, 미 국무부는 파키스탄의 자위권을 인정한 바 있다. 파키스탄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난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상태로,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에 대해 이 조약의 이행 의무가 있음을 경고했다. 엘리자베스 스렐켈드 스팀슨센터 분석가의 말처럼 불안정한 시기에는 행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국내 균형도 맞춰야 하는 셈이다.

경제·안보 실익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한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모두, 이란전쟁이라는 변수가 국내 무슬림 여론과 정면충돌하면서 외교 노선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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